도시경관사업의 첫 출발은 옥외광고물 재정비
도시경관사업의 첫 출발은 옥외광고물 재정비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5.07 20:27
  • 호수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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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립한 각종 간판, 불법 광고물…도시미관 해치는 주범 각 지자체 조금씩 개선 움직임…법 제정 서둘러야

“옥외광고물 관리법이 지난 1962년 처음 만들어진 뒤 46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평론가인 최범 간판문화연구소장은 “이는 결국 우리나라 간판 실태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지자체가 간판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 미관을 가장 많이 찌푸리는 것 중 하나가 옥외광고(간판)이다. 각 건물마다 난립한 간판과 불법 광고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 결국 간판 개선사업 없이 도시 경관 조성 사업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최범 소장은 “1962년 제정된 옥외광고물 관리법은 변화 없이 낡은 상태로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광고물의 범람으로 인한 도시 환경의 무질서와 파괴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 개정을 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의지가 결여된 것”이라며 “이런 현실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적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옥외광고, 도시경관 가치 추구 절실
 
최 소장은 옥외광고가 업소의 존재를 알리는 정보매체이자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화는 경관재라고 정의한다. 정보가치가 주로 업소의 상호, 업종, 영업내용 등의 정보를 알리는 것이라면 경관가치는 개별 간판의 미관, 건물과의 조화, 집합적으로 연출되는 간판 경관 등 경관적으로 지각되는 경험의 총체라는 이야기다.
그는 “우리사회의 옥외광고는 정보가치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반면 경관가치가 거의 도외시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옥외광고 정책의 방향은 무엇보다도 경관가치를 중요하게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최 소장의 강력한 주장이다. 최 소장은 “이제는 옥외광고에서 경관가치를 상위의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면서 “이런 가치가 법률과 정책, 행정 등 모든 측면에 걸쳐 일관되게 관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광고주의 변화 유도 △시민 중심의 접근 △제도적 규범의 정착 △옥외광고 산업 진흥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은 “옥외광고의 주체는 광고주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옥외광고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광고주를 행정관리 대상으로 보고 관리, 규제하는 방식의 정책이 광고주 스스로가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광고주가 옥외광고에 대한 과도한 의존 탈피 △우수한 광고주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간판 문화, 제도 개선 가장 중요
 
간판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 규범의 정착이 중요하다.
최 소장은 제도정착을 위해 실질적인 법률 제정과 행정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이 합법을 압도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어떠한 정책도 펼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낡은 법률을 폐기하고 현실에 맞게 법률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 부서의 강화와 전문화, 다양한 과학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행정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 옥외광고 주체의 확대이다. 현재 옥외광고의 주체는 광고주이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주체는 시민이다. 결국 옥외광고 정책 대상 전환이 광고주로부터 시민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광고주와 시민이 소유자와 사용자로서 옥외광고 문화를 실질적으로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뜻한다. 최범 소장은 “옥외광고가 이제는 정책적, 사회적 행위에서 시민의 참여를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지자체, 간판 개선 사업 한창
현재 전국 각 지자체에서는 난립하고 있는 옥외광고물에 대한 개선사업이 한창이다. 최범 소장은 “우리나라 옥외광고 사업의 변화는 지각변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라며 “각 지자체에서 간판문화에 대해 자정의 작업이 펼쳐지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김해시는 무질서한 불법간판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경관 조성과 간판문화 정착을 위해 옥외광고물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옥외광고물 특정구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김해시는 현재 시내 6개 지역으로 옥외광고물 특정구역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1업소 1간판 원칙 △네온ㆍ전광ㆍ점멸장치 불가(일부 지구는 부분허용) △건축시 간판게시시설 사전설치 의무화?등을 제한하고 있다.

강종원 김해시청 도시디자인과 건축미관 담당은 “시내 주요도로변과 중심상업지역에 있는 대형유통업체, 대형상가 및 업무용 빌딩 등에 부착된 미허가 신고 및 표시 방법을 위반한 옥외광고물 정비해 도시미관 저해요소 제거하고 있다”면서 “자율 정비 및 강제 정비를 병행 해 불법광고물을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광복로도 공공디자인 사업 현황을 펼치면서 대대적인 간판개선 사업을 펼쳤다. 광복로는 2006년 11월부터 1년간 18억 6천여만원을 투입, 총415개 업소에 부착된 1323개의 간판에 대해 정비사업을 펼쳤다. 이 결과 전체 431개의 간판을 철거했으며 업소당 3.19개였던 간판 개수는 2.15개로 줄어드는 성과를 나타냈다. 광복로의 간판개선사업은 새로운 간판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간판을 ‘적게, 작게’ 만드는 것에 목적을 뒀다.

우신구 부산대 교수는 “광복로 간판개선사업은 간판을 튀게 만드는 디자인이 아닌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서 길을 만드는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인근 순천시도 광고물 정비에 나섰다. 올해를 ‘불법 광고물 추방 원년의 해’로 정한 순천시는 2010년까지 단계적 정비에 돌입, 우선 행정광고물을 정비하고 있다. 순천시는 현재 불법광고물 정비 기동 순찰반, 실버 정비단,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고 경찰, 위생, 도로 등 관련부서와도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인 없는 간판 철거, 훼손된 간판정비, 표준 통합 간판 설치 등 간판문화를 개선하고, 시범가로 조성을 추진하키로 했다.

광양시도 최근 간판개선사업을 추진하며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영동 일부 거리에 아름다운 간판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그 예다. <본지 5월 1일자 11면 ‘광영동 아름다운 간판조성 사업 추진’기사 참조> 광양시는 광영동 광영지구대부터 삼성의원 사거리인 광영로 300m 도로변 양쪽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간판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옥외광고물 정비 사업 추진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