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는 손길 “다문화 사회 새 길 열어”
희망을 심는 손길 “다문화 사회 새 길 열어”
  • 광양뉴스
  • 승인 2024.06.21 18:43
  • 호수 106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년 봉사, ‘양현성’ 외·노·자 센터장
언어와 문화를 넘어선 따뜻한 도움
외국인 지원, 체계적 개선 ‘호소’

최근 식당 서빙 종사자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몇에 한명 꼴로 외국인을 만난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국적·인종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인종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밥줄을 잇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해도 마땅한 곳은 지역에 손을 꼽을 만큼 찾기 어렵다. 한국인에게는 서비스의 질 저하이지만 그들에게는 삶의 기본 토대가 흔들리는 일이다.

광양읍에는 지난 13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역사 문화 탐방, 법률 상담, 컴퓨터 교실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사람이 있다.

△지난 4월, 한국어 교육생 40여명이 순천 상사댐 주변 벗꽃길과 낙안 민속촌 일대에서 역사·문화 탐방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어 교육생 40여명이 순천 상사댐 주변 벗꽃길과 낙안 민속촌 일대에서 역사·문화 탐방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 지원 없이 매년 자기 돈 천여만원을 쓰며 외국인 노동자를 돕고 있는 양현성 광양외국인노동자센터장을 만나 지역 이주민 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을 짚어봤다.

그는 현재 제공되는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비효율적이라며 이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출산과 교육, 의료, 직장 등의 모든 요소에 대한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현성 센터장은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모든 부분에 걸쳐 있지만, 여러 부처가 나눠서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통합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결혼 이민자 중심의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난민 등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양현성 센터장이 구례군 간전면 근로자 기숙사를 방문해 근무시간과 근로 기준법에 대해 상담하던 중 월급 공제 내역을 설명하고 있다. 근로자의 얼굴이 어둡다.
△양현성 센터장이 구례군 간전면 근로자 기숙사를 방문해 근무시간과 근로 기준법에 대해 상담하던 중 월급 공제 내역을 설명하고 있다. 근로자의 얼굴이 어둡다.

지자체의 이주민 지원 실태 파악이 부족한 부분도 언급했다. 양 센터장은 “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지자체가 5년마다 외국인 현황을 파악해 보고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지자체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말고 다른 외국인 지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실제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 외국인 프로그램이 많다고 말하며 “예를 들어 행사를 할 때 외국인을 동원해 사진만 찍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행사를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 여겨져 정작 외국인들이 필요할 때 참여를 부탁해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어 교육과 법률 상담, 컴퓨터 교실 등 프로그램을 혼자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가족이 도와주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과 재정이 부족하다”며 “지자체와 사회단체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한국어 교육 교육생 40여 명이 모두 모여 그날 공부할 내용을 안내받고 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지난 5월, 한국어 교육 교육생 40여 명이 모두 모여 그날 공부할 내용을 안내받고 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양 센터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사회단체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통합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 △여러 분야의 지원 확대 △프로그램의 실질적 유용성 제고 △외국인에 대한 감수성 증대 등이 꼽힌다.

다시 말해 외국인 이주민을 위한 통합적 지원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지자체 공무원을 맞춤형 지원 제공이 가능하게끔 교육하며 정확한 실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원은 의료와 교육, 육아 등 다양하게 확장돼야 하고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며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양 센터장은 정식으로 목사 자격을 취득한 종교인이다. 특수사역이라고 해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직접 돕는 일로 종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대부분 관심이 없다”면서 “아무도 안 하면 내가 하면 된다. 돈이 없으면 없는 만큼 하면 된다. 중요한 건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양현성 센터장이 키르기스스탄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현장에서 법률 상담을 진행했다.
△지난 4월 말, 양현성 센터장이 키르기스스탄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현장에서 법률 상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