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차원? 시민 반응은 ‘냉담’
'특색’없는 일반 회센터 ‘지적’
우여곡절 끝에 운영을 시작한 광양수산물유통센터가 자칫하면 ‘세금먹는 하마’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개장 전부터 여러 우려를 낳았던 사업이었던 만큼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방재정365 등에 따르면 광양시는 올해 ‘수산물 유통센터 운영 및 시설관리 유지’에 3억6000여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시가 집행한 금액은 2억2000여만원으로 이 중 1억원 이상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등 공과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양시가 이처럼 세금을 이용해 수산물유통센터 공과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운영 8개월동안 시가 거둬들인 수수료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세금 222억을 투입한 건물의 1층과 2층을 사실상 무상으로 임대해 주면서 관리비마저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시는 최근 관련법에 따라 총매출액의 0.3%가량을 수수료로 징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에 있지만 이마저도 대안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수산물유통센터 매출액은 월 6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로 절차가 완료되더라도 시가 거둬들일 수 있는 수입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차후 편의점이나 카페, 식당 등 예정된 시설들이 정상적으로 입주하게 될 경우 전기세 등 세금으로 충당하는 관리비가 조정될 여지는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미 수차례 진행된 운영자 선정 공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제도가 유통과정을 최소화하면서 싼 가격에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시민 복지 증진 차원도 있다”며 “편의시설의 경우 임대료 문제가 아닌 관리비 분담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어 일부 조정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값싼 수산물? 정작 시민 반응 ‘냉담’
문제는 시가 월평균 3000여만의 운영비가 ‘값싸고 질좋은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복지 비용’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개장한 지 얼마되지 않아 깔끔하다’는 평가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부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상차림 식당이 비싸다 △불친절하다 △중마시장이 훨씬 낫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등 냉담한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시민은 “회를 포장할 경우에는 중마시장과 가격대가 비슷하지만 먹고 갈 때는 상차림비용이 너무 비싸 그냥 횟집을 방문하는 게 낫다고 느껴진다”며 “교통편도 좋지 않아 술이라도 한잔 곁들이려면 부담스러워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시가 벤치마킹 사례로 삼았던 ‘안동 내륙지수산물유통센터’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6년 개장 이래 안동시는 ‘시설 개보수’ 등에만 연평균 1억원을 투입 중이다. 2019년 기사에 따르면 매출규모도 70억원 가량으로 집계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색있는 수산물 들여온다더니..
수산물유통센터 사업은 사업 선정 초창기부터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큰 반발을 받았다. 시가 운영하는 회타운을 건립할 경우 횟집이나 중마시장 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시는 ‘수입산 고급 어종’을 취급하는 특색있는 수산물센터를 내세우며 지역 여론을 잠재웠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일반 회센터와 다를 바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지역상인은 “초창기 설명했던 품목 중 일반적으로 취급하는 킹크랩, 랍스터를 제외하면 특색있는 고급 어종은 찾아볼 수도 없어 그냥 시가 운영하는 큰 횟집”이라며 “이 상태에서 더 싼 가격에 수산물을 공급해 자리 잡는다면 지역 자영업자들은 폐업하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타 품종을 도입하거나 가공 판매 등 특색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업체와 고민하고 있다”며 “수입절차 등이 있어 단기간에 진행될 수 없고 일부 어종은 호불호가 강하기 때문에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특색’을 내세운 운영방안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개장에만 급급했던 ‘땜질용 처방’이었던 셈이다.
우려에도 강행하더니 결국
수산물유통센터가 가장 황당한 지점은 광양시가 수차례 포기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사업 취지, 부지선정 과정, 공사 진행, 시설운영자 부재 등 거의 전 과정에 걸쳐 시의회의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때마다 갖은 논리를 내세우며 사업을 진행했지만 예정된 공사 금액을 초과해 시비만 70억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총예산 222억원이 투입되기에 이르렀고 개장 이후 빈 건물 운영비도 혈세로 감당해야 했다. 만약 편의시설 입점이 늦어진다면 연간 4억원에 달하는 관리비도 전액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관련 법에 따라 10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도매시장을 운영해야 하지만 만약 수익성 등을 문제로 운영업체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더 큰 문제에 처한다. 수산시장 특성상 타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해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분별한 공모사업이 시 예산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구호 의원은 지난해 6월 ‘광양시 공모사업 관리 조례안’을 발의하고 “사업 발굴 단계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공모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의장이었던 서영배(중동) 의원은 지난해 323회 개회식 본회의에서 “2021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자본시설 유지관리비 비율이 전국 평균 6.19%인데 반해 우리 시는 19.17%로 이미 전국 평균의 3배가 넘는다”며 “국비사업이라는 이유로 그 많은 국비와 수십 수백억의 시비까지 투자한 그 많은 사업들, 진정 광양시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되묻고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