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동시이야기] 물 이야기(4-2 5. 물의 여행)
[융합동시이야기] 물 이야기(4-2 5. 물의 여행)
  • 광양뉴스
  • 승인 2024.09.06 17:40
  • 호수 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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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분수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물방울들이

아이들의 한여름에 놀라

쫘르르 쏟아지고 만다.

 

아, 지난여름 물미끄럼틀에서

민이가 날렸던 그 물방울들이다.

 

“엄마야, 엄마야!”

잔뜩 겁먹은 소리로 

하얗게 날리던 그 물방울들이다.

 

전학 간 민이가 언제 왔을까

“엄마야, 엄마야!”

물방울들이 소리 소리 지른다.

초대합니다 

박행신 동시작가
박행신 동시작가

“아침 일찍 웬일이세요? 네? 네. 네. 네. 애들 엄마랑 의논해 보겠습니다.” 

아빠께서 할아버지 전화를 받으신 것은 아침밥을 막 먹기 시작할 무렵이었어요.

“마침 모두 모였으니 함께 의논해 보자구나.”

하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할머니께서 ‘바람쉼터’ 물놀이장에 한 20여 명 되는 손님을 모시고 싶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할머니께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000장애인복지관에 자원봉사를 다니시지요. 이런저런 여름 피서 이야기 끝에 ‘바람쉼터’ 물놀이장을 소개했는데, 장애인 몇 분이 가 보고 싶다고 해서 어쩌면 좋을지 전화하셨다는 거예요.

‘바람쉼터’는 할아버지께서 애써 가꾸고 꾸미신 농장이에요. 할아버지께서는 직장생활을 하시다 몇 년 전에 퇴직하셨어요. 퇴직하고 할 일 없이 놀면 건강에 좋지 않다며 가까운 산골에 한 200평 되는 밭을 구입하셨어요. 

일 년 내내 물이 졸졸 흐르는 도랑을 끼고 있어서 너무 좋다며 흡족해하셨어요. 할머니께서는 전혀 반가워하지 않으셨어요. 

풀 매고 가꾸는 농사일은 아주 힘드는 일이라 하셨어요. 그렇지만 가끔 할아버지와 같이 일하다 오시곤 하셨어요. 특히 물놀이장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할아버지는 조립식 집을 짓고 ‘바람쉼터’라 이름 지으셨어요. 집 앞이 툭 터져 저 멀리 넓은 들 건너 끝 산자락이 발아래 밟히듯 펼쳐져 있었어요. 그래서 언제 어느 때고 바람이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곳이었어요. 

할아버지는 봄부터 상추와 고추, 오이, 토마토, 가지, 배추 등 여러 가지 채소를 심고 가꾸셨어요. 주말이 되면 우리들을 초대해서 직접 심고 가꾸신 채소에 곁들여 먹도록 고기도 구워주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도랑에 교실 반 칸쯤 되는 물놀이장 보를 막으셨어요. 돌멩이와 자갈로 둑을 막고, 바닥을 시멘트로 포장하였어요. 네 귀퉁이에 말뚝을 박고 검정 비닐천으로 햇볕 가리개도 쳐 놓았어요. 물놀이장 안에 스테인리스 탁상에 플라스틱 의자를 마련했어요. 한여름에도 물놀이장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었지요. 우리들은 벌써 여러 번 그곳에서 물놀이를 즐기곤 했지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니 협조해 드려야 할 것 같지 않아요, 여보?”

“아빠, 그렇게 해요. ‘바람쉼터’ 물놀이장 최고예요. 그분들도 좋아하실 거예요.”

나는 누나에게 동의를 구하려고 눈짓하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그러자면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구려. 그분들을 모셔올 차도 있어야 하고, 점심과 간식거리가 있어야 하고.”

“복지관에서 직접 모시고 오는 게 아니구요?”

“토요일이라서 직원들이 근무를 안 한다는구만.”

아버지께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시는 듯하시더니,

“렌터카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군. 운전은 내가 하고, 보험도 우리가 들고.”

“점심은 자장면 같은 걸 시키는 것이 좋겠어요. 밑반찬이야 내가 준비할게요.”

“간식거리는 우리 둘이 준비하는 게 어때? 우리도 뭔가 도와야 하지 않겠니?”

“우리가? 어떻게?”

“너 용돈 있잖아? 용돈 좀 헐어야지. 용돈은 이럴 때 쓰는 거야.”

웬일인지 깍쟁이 누나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섰어요.

“아빠. 종일 물놀이가 지루할 테니까 노래자랑이나 춤자랑 같은 건 어때요?”

“노래자랑이나 춤자랑? 어떻게 하려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무선 마이크, 그리고 핸드폰만 있으면 충분해요.”

“그러려면 사회도 필요할 텐데 내가 맡을 게. 넌 음악이나 찾아 준비해 줘.”

나 역시 누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하기로 했어요.

이번 주 금요일이라고 하니 3일밖에 남지 않았기에 모든 일을 서둘러야 했어요. 하지만 그분들이 와서 함께 어울려 즐겁게 물놀이하는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벌써부터 훤하게 떠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