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분수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물방울들이
아이들의 한여름에 놀라
쫘르르 쏟아지고 만다.
아, 지난여름 물미끄럼틀에서
민이가 날렸던 그 물방울들이다.
“엄마야, 엄마야!”
잔뜩 겁먹은 소리로
하얗게 날리던 그 물방울들이다.
전학 간 민이가 언제 왔을까
“엄마야, 엄마야!”
물방울들이 소리 소리 지른다.
초대합니다
“아침 일찍 웬일이세요? 네? 네. 네. 네. 애들 엄마랑 의논해 보겠습니다.”
아빠께서 할아버지 전화를 받으신 것은 아침밥을 막 먹기 시작할 무렵이었어요.
“마침 모두 모였으니 함께 의논해 보자구나.”
하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할머니께서 ‘바람쉼터’ 물놀이장에 한 20여 명 되는 손님을 모시고 싶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할머니께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000장애인복지관에 자원봉사를 다니시지요. 이런저런 여름 피서 이야기 끝에 ‘바람쉼터’ 물놀이장을 소개했는데, 장애인 몇 분이 가 보고 싶다고 해서 어쩌면 좋을지 전화하셨다는 거예요.
‘바람쉼터’는 할아버지께서 애써 가꾸고 꾸미신 농장이에요. 할아버지께서는 직장생활을 하시다 몇 년 전에 퇴직하셨어요. 퇴직하고 할 일 없이 놀면 건강에 좋지 않다며 가까운 산골에 한 200평 되는 밭을 구입하셨어요.
일 년 내내 물이 졸졸 흐르는 도랑을 끼고 있어서 너무 좋다며 흡족해하셨어요. 할머니께서는 전혀 반가워하지 않으셨어요.
풀 매고 가꾸는 농사일은 아주 힘드는 일이라 하셨어요. 그렇지만 가끔 할아버지와 같이 일하다 오시곤 하셨어요. 특히 물놀이장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할아버지는 조립식 집을 짓고 ‘바람쉼터’라 이름 지으셨어요. 집 앞이 툭 터져 저 멀리 넓은 들 건너 끝 산자락이 발아래 밟히듯 펼쳐져 있었어요. 그래서 언제 어느 때고 바람이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곳이었어요.
할아버지는 봄부터 상추와 고추, 오이, 토마토, 가지, 배추 등 여러 가지 채소를 심고 가꾸셨어요. 주말이 되면 우리들을 초대해서 직접 심고 가꾸신 채소에 곁들여 먹도록 고기도 구워주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도랑에 교실 반 칸쯤 되는 물놀이장 보를 막으셨어요. 돌멩이와 자갈로 둑을 막고, 바닥을 시멘트로 포장하였어요. 네 귀퉁이에 말뚝을 박고 검정 비닐천으로 햇볕 가리개도 쳐 놓았어요. 물놀이장 안에 스테인리스 탁상에 플라스틱 의자를 마련했어요. 한여름에도 물놀이장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었지요. 우리들은 벌써 여러 번 그곳에서 물놀이를 즐기곤 했지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니 협조해 드려야 할 것 같지 않아요, 여보?”
“아빠, 그렇게 해요. ‘바람쉼터’ 물놀이장 최고예요. 그분들도 좋아하실 거예요.”
나는 누나에게 동의를 구하려고 눈짓하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그러자면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구려. 그분들을 모셔올 차도 있어야 하고, 점심과 간식거리가 있어야 하고.”
“복지관에서 직접 모시고 오는 게 아니구요?”
“토요일이라서 직원들이 근무를 안 한다는구만.”
아버지께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시는 듯하시더니,
“렌터카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군. 운전은 내가 하고, 보험도 우리가 들고.”
“점심은 자장면 같은 걸 시키는 것이 좋겠어요. 밑반찬이야 내가 준비할게요.”
“간식거리는 우리 둘이 준비하는 게 어때? 우리도 뭔가 도와야 하지 않겠니?”
“우리가? 어떻게?”
“너 용돈 있잖아? 용돈 좀 헐어야지. 용돈은 이럴 때 쓰는 거야.”
웬일인지 깍쟁이 누나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섰어요.
“아빠. 종일 물놀이가 지루할 테니까 노래자랑이나 춤자랑 같은 건 어때요?”
“노래자랑이나 춤자랑? 어떻게 하려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무선 마이크, 그리고 핸드폰만 있으면 충분해요.”
“그러려면 사회도 필요할 텐데 내가 맡을 게. 넌 음악이나 찾아 준비해 줘.”
나 역시 누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하기로 했어요.
이번 주 금요일이라고 하니 3일밖에 남지 않았기에 모든 일을 서둘러야 했어요. 하지만 그분들이 와서 함께 어울려 즐겁게 물놀이하는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벌써부터 훤하게 떠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