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十匙一飯) (이재호)
십시일반 (十匙一飯) (이재호)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12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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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광양자활후견기관장
지금이야 대부분의 학교가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지만 6,70년대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매일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나눠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당시 만해도 지금의 ‘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강요에 못 이겨 도시락을 빼앗기는 경우도 가끔은 있었지만 우정이나 혹은 연민에 당연한 마음으로 자신의 몫을 나누는 게 보통의 일이였고 이를 통해 우정을 키워나가기도 했다.

필자의 기억에도 어려운 친구들에게 학급 학생 전체가 자신의 도시락에서 십시일반 조금씩 떼어내 서로 나눠먹은 기억이 자리 잡고 있고, 어떤 선생님은 점심시간마다 커다란 그릇을 들고 나타나 아예 학생들의 도시락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모든 학생이 나눠먹었던 일은 추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십시일반, 사전적인 풀이로 보면 ‘열 사람이 밥을 한술씩만 보태도 한사람이 먹을 밥은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한사람쯤은 쉽게 구제한다는 말이지만 이 십시일반이야 말로 산업사회가 중심축을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영역에서의 나눔이 바로 이 십시일반이 기초가 되고 사회복지의 최대 걸림돌인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역시 십시일반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십시일반의 실천은 우리의 과거 역사에서 두례를 통해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고 현대에 들어서 ‘사랑의 전화’를 통해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사랑의 전화’가 물질, 혹은 재화를 통한 십시일반의 실천이라면 자원봉사 영역에서의 십시일반은 노동력의 나눔이라는 점만 다를 뿐 결국 그 의미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작은 나눔으로 정착되고 종국에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으로 작용케 된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지난 2003년 국가인건위원회가 창비를 통해 “십시일反” 이라는 시사 인권만화를 출간했다.

국내의 저명한 만화가 10명이 밥 한술씩 퍼담아 밥 한그릇을 내놓듯이 십시일반하여 만든 이 책의 공통된 주제는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차별에 대한 맞섬이다.


사회계층, 빈부격차, 노동, 교육, 분쟁,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에 대한 자료집이기도한 이 만화는 자칫 무거운 소재를 쉽고 재미있게 담아 인권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열명의 만화가들이 각 분야의 소재를 나누고 해당분야의 조사와 취재를 거쳐 완성된 이 만화는 10명이 모여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는 십시일반의 의미 보다는 차별에 대한 해결책을 십시일반의 나눔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큰 의미도 담고 있다.

마음을 나누고, 뜻을 나누고, 자신의 권리를 나누는 마음, 이 나누어진 마음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나가는 미학이 바로 십시일반의 미학일 것이고, 십시일반의 철학 속에는 당연히 양보의 마음도 포함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십시일반을 실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에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원봉사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말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누어진 십시(十匙)의 작은 마음들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결집시켜 내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본다면 전달체계가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고, 지역을 위해 관심을 갖고 있는 작은 마음들을 지역발전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의 미숙이 바로 그것 아닐까 싶다.
어쩌면 지역발전의 초석은 지역의 작은 마음들을 모아 또 다른 한 공기의 밥을 만드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 일의 주체가 자치단체든 시민단체든 간엡 

입력 : 2005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