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10월 19일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16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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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은 우리가 껴안아야 할 소중한 역사다
지난 19일 광양읍 유당공원에서는 매우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여순사건 57주기를 맞아 그날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전남동부지역 여순사건 유족회와 각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합쳐 마련한 합동위령제가 그것이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유족회는 물론 제 종교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석해 그 규모도 상당히 컸다. 경건함과 비장함 속에 거행된 이날 위령제를 지켜보는 우리도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날 위령제의 의미는 57년 만에 처음으로 여순사건으로 불려지는 우리지역의 아픈 역사가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눈부신 햇살이 내리 쬐는 열린 공간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의미는 여수와 순천이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었던 그날의 역사 속에 광양도 함께 했었음을, 그리하여 여순사건이 온전한 광양의 역사임을 새롭게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이다. 우리는 이날 위령제를 통해 여순사건이 싫든 좋든 우리가 온 몸으로 껴안아야 할 우리지역의 소중한 역사임을 알게 됐다.

이날 합동위령제가 열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우리가 과거사법으로 부르는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이 지난 5월 3일 국회에서 제정된 덕분인지도 모른다. 이 법으로써 여순사건의 민족사적 의의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나아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아픔을 삭이며 짓눌려 살아왔던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들의 명예회복에 대한 염원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57년 전 우리에게 닥쳤던 역사적인 불행을 우리가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지사의 후손들은 소외되고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들의 후손들은 떵떵거리며 살아온 우리의 현실처럼 우리가 배운 역사교과서는 우리에게 여순사건의 진실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방 60년 만에 과거사법이 제정됨으로써 여순사건은 이제 더 이상 입 밖에 내기 곤란한 일이 아니게 됐다.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소중하게 껴안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며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여순사건을 우리의 소중한 역사로 껴안기 위해 우리는 여순사건의 진실을 아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자라나는 우리 지역의 후세들에게 여순사건이 부끄러워해야 할 역사가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 할 소중한 우리지역의 역사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해마다 다가올 10월 19일을 적어도 우리 전남동부지역 자치단체와 공동체 주민들만은 특별한 날로 정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껴안지 않는 이상 우리는 반역자로 기록된 역사책을 실제로 바꾸어 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위령제에서 행사위원회 이영일 상임위원장이나 공준모 유족회 대표가 10월 한 달간은 57년 전의 어혈을 풀지 못한 고혼들의 넋을 기리는 달로 만들자고 우리 전남동부지역 자치단체와 주민들에게 당부한 말을 우리는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과거사법은 단지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었을 뿐이다. 그 열린 길을 이제 전남동부지역공동체 주민들 모두가 함께 걸어가야 한다. 1948년 10월 19일은 결코 과거가 아니다. 후세들에게 잘못 가르쳐지고 있는 오늘 우리 전남동부지역 주민들의 현재이며 또한 자라나는 우리지역의 후세들이 만나게 될 오늘임에 틀림이 없다.

차제에 우리는 광양시의회에 당부하고자 한다. 광양시의회가 나서 전남동부지역 각 지자체 와 의회에 제안하라! 10월 19일을 우리 지역만의 특별한 기념일로 제정해 기념하자는…….
 

입력 : 2005년 10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