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백운산을 지켜야만 하는가?
왜 백운산을 지켜야만 하는가?
  • 광양뉴스
  • 승인 2007.07.11 22:33
  • 호수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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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골마다 그 고을의 상징이 되는 산이 있고 강이 있다.

가까운 이웃에만 보더라도 순천에는 조계산, 봉화산, 삼산 등이 있고 여수에는 종고산, 구봉산이 있다. 그러나 순천 사람들이 ‘우리는 조계산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을 더더욱 듣지를 못했고 여수사람들이 ‘우리는 종계산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고 여수사람을이 ‘우리는 종고산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고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여수의 서쪽에 있는 학교들의 교가 가사에는 ‘구봉산’이 들어 있고 동쪽에 있는 학교들의 교가에는 ‘종고산’이 들어 있다. 순천에 있는 학교들은 봉화산, 비봉산, 삼산 등 그 학교들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교가에 들어가는 산이 각각 다르다.

필자가 구례교육장으로 재직할 때에 어느 학교를 방문하면서 현관에 있는 현황판의 교가에 ‘백운산 정기 받은…’이라는 가사를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구례에서는 의례히 ‘지리산 정기 받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구례에서도 A면과 B면은 백운산 줄기가 뻗어나간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처럼 다른 곳에서는 그 고장에 자리 잡고 있는 산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데 왜 우리 광양에 있는 학교들은 초·중·고 할 것 없이 모든 학교의 교가에 ‘백운산 정기 받은…’이라는 가사가 들어있고 왜 광양사람들은 백운산에 대해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백운산의 지형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백운산 정상에 올라서보면 백운산은 남쪽을 향해 두 팔을 활짝 편 모습으로 오른쪽은 도솔봉과 왼쪽으로는 억불봉을 거느리고 있고 도솔봉과 억불봉에서 남쪽을 향해 힘차게 뻗어 내린 정맥들이 광양만까지 이르면서 각 면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광양시의 각 읍·면·동은 백운산에서 뻗어 내린 정맥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광양의 모든 취락들은 그 정맥을 따라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으니 바로 집 뒤에 있는 산이 백운산이 되는 셈이다. 즉 다른 시·군들에 있는 산들은 몇 개 마을만 감싸 안은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데 백운산은 그 정맥이 뻗으면서 전체 마을을 품으며 광양만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백운산은 그 지형적인 영향 때문에 필연적으로 광양시민 전체와 밀접한 인연을 맺으면서 역사적으로도 동학혁명, 여순사건, 6.25등을 거치면서 그 애환을 함께 해온 것이다. 뿐만아니라 백운산은 우리 광양 시민들에게 가난을 씻고 잘 사는 고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찢어지도록 가난한 생활을 해 오던 우리 농촌은 70년대 부터 ‘잘 살아보자’는 기치를 내 걸고 산을 개간하여 밤나무, 감나무, 매실나무 등 과일 나무를 심고 더덕, 도라지 등 약초를 가꾸고 축산을 하면서 소득을 증대시켜 잘사는 마을을 만들게 되었다.
 
 그것은 백운산이라는 기름진 토양과 알맞은 기후조건이 주어진 때문이니 백운산은 우리 광양인에게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사는 마을을 만들게 해준 기름진 터전이 아니겠는가? 또한 객지에 나가 살고 있는 출향 향우들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백운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줄기차게 살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광양인들은 백운산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강하고 백운산을 광양인의 꿈이요 희망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데 백운산에다 43기의 송전탑을 설치한다고 하니 광양의 14만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백운산을 지키겠다고 일어선 것이다.

우리 광양 시민들은 국책사업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고 시민들의 중지를 모아 송전로의 지중화 사업이라는 건전한 대안을 제시했으니 한전에서는 무리하게 자기들의 당초 계획을 강행하려 하지 말고 14만 시민들과 출향 향우들의 백운산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통찰하여야만 할 것이다.

광양인들은 백운산에다 송전탑을 설치하는 것을 왜 반대 하는가? 그것은 자연 경관을 해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현실적 차원을 넘어서서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백운산과 광양인들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지형적인 특성을 안고 있으며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삶의 터전이며 지키고 가꾸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하고 거룩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백운산은 광양인의 꿈이요 희망이요 후손에게 물려줄 미래다. 광양인의 긍지와 자존심과 꿈을 짓밟는 백운산 송전탑 건설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지중화사업 요구를 수용하기 바란다.

서 종 탁  (전 광양교육장·백운산지키기 범시민대책본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