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도농결합’폐교 살리다!
‘환상적인 도농결합’폐교 살리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6.26 08:58
  • 호수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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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는 유년시절 추억의 공간…‘농촌마을 체험의 장으로’ 농촌 이해하는 도시민 위한 연수 장소 제격
 
지난 19일부터 2박3일간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 주최로 ‘폐교의 성공적 활용방안’ 현장 연수가 열렸다. 이번 연수는 장수와 평택, 평창, 정선, 밀양지역의 성공적 폐교활용을 견학하고 운영자들로부터 성공 사례를 듣는 것으로 진행됐다.
본지는 이에 ‘폐교의 성공적 활용방안’ 라는 주제로 4차례에 걸쳐 기획 기사를 게재해 이번 연수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폐교의 성공적 활용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광양시의 폐교활용에 대한 과제를 짚어본다.
이번 주에는 첫 회로 ‘농촌체험마을 성공사례’에 대해 게재한다. <편집자 주>

 
전북 장수의 하늘내 들꽃마을
 
“하늘내 들꽃마을”은 천천(天川)면이란 마을 지명과 학교 앞을 흐르고 있는 천천천에서 착안해 이름 지어졌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에 있는 신전마을은 해발 400m 고지에 마을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전형적인 오지 마을이다. 마을 주민이래야 23가구에 30여명 남짓으로 그나마 젊은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대부분 노인들만 사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전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 산촌 마을이 4년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는 곳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깨끗한 환경밖에 없는 이 마을을 지난해 다녀간 도시 사람이 2만 명을 넘는다. 이들은 이곳에서 하룻밤 또는 이틀을 보냈고, 나머지도 농촌체험을 하거나 교육을 받기 위해 당일 코스로 찾았다. 2010년엔 3만 명 방문객에 농산물 판매 5억 원, 가구당 농촌관광수익 1천만 원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가난했던 산촌 마을은 신명나는 마을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주인공은 서울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 폐교를 활용해 ‘하늘내 들꽃마을’에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 공급하고 있는 박일문 씨다.
‘하늘내 들꽃마을’ 탄생의 무대가 된 연평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많을 땐 450명에 이르렀지만 1999년 13명의 학생을 마지막으로 폐교가 됐다. 늘 귀농을 꿈꿔 왔지만 힘든 농사를 지어 생활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그렇다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란 고민 중에 박 씨는 친환경 농산물 판매를 인터넷 쇼핑몰에 접목키로 하고 서울을 떠날 결심을 했다. 이미 2002년부터 시작한 인터넷쇼핑몰이 제법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국의 50~60여개의 폐교를 돌아보고 결국 2003년 7월 연평초등학교 폐교를 3억 원에 매입하고 둥지를 틀었다.
 
폐교 활용해 마을과 소통
 
하지만 처음 시작은 시련 이었다. 교육청의 환매특약으로 재산권행사에 지장이 초래됐고 시설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시골 폐교는 투자가치가 전혀 없는 곳으로 지원조차 받을 수 없었으며 많은 제약요소가 따랐다.

학교와 인접한 23가구의 마을은 대부분 연로한 노인들로 가구당 연 소득이 300만 원 이하에 생활수준은 떨어지고 문화혜택이라곤 찾아볼 길이 없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마을이었다.
박 씨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일궈 나갔다. 운영 중인 인터넷 쇼핑몰 내추럴존 고객에게 설문을 통해 폐교가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추억의 공간임을 확인하고 2004년 농촌마을과 농사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회원들에게 개방했다. 또 폐교를 인수해 마을로 내려오면서부터 최우선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과 함께 마을에서 자원을 개발했다. 박 씨는 어느 정도 마을 주민들과 친해진 시점에서 마을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2005년 농림부에서 하는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에 지정되면서 첫 사업비로 2억 원이 내려왔다. 박 씨의 노력에 반신반의 하던 주민들은 마침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하늘내 들꽃마을 영농조합’을 만드는데 동참했다. 폐교 인근의 도로는 산책로로 바뀌었고, 마을 안길 곳곳에는 유실수와 들꽃이 심어졌다. 이미 공동 작업이나 마을행사가 없어져 일 년에 몇 차례 쓸까 말까 했던 마을회관은 민박시설로 재탄생했고 주민들은 회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했다. 박 씨와 마을 주민이 한마음이 되니 그동안 답답하게만 보여 왔던 마을의 모든 것들이 체험관광의 훌륭한 자원 이었다.
 
체험프로그램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체험은 마을 할아버지들로 부터 시작된다. 마을지도를 손에 들고 할아버지 들이 직접 모는 경운기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감자도 캐고 옥수수도 따 가마솥에 불을 지펴 삶아 먹는다. 두부 만들기는 체험객들이 손수 장작을 패고, 맷돌을 돌려 콩도 갈아보고, 순두부가 나오면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두부가 만들어지면 주민들은 마을 텃밭에서 금방 따온 야채를 내놓고 싱싱한 야채를 먹어본 체험 객들은 체험 후 야채를 사감에 따라 자연스레 농산물 판매로 이어진다.

체험활동에는 역할을 분담해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참여한다. 그리고 경운기를 모는 할아버지, 손 두부 체험, 김장담그기 등 체험활동을 한 주민들에겐 3만원의 체험비중 2만원이 지급된다. ‘하늘내 들꽃마을’총무 역을 자임하고 있는 박일문 씨는 “마을 주민들은 도시인의 구경대상이 아니라 하늘내 들꽃마을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마을의 주체는 주민이기에 모든 활동에 마을주민을 반드시 참여 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시골 마을의 학교는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사회적 공통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마을 주민들이 땅을 기부하고 부역으로 학교 만들었기에 내 땅, 내 건물, 내 나무가 있는 우리학교라는 주인의식이 크다”고 조언했다. 그는 “늘 주민과 함께 하는 폐교라는 공간이 있어 모든 일들이 수월하게 진행됐고 마을 주민과 협력이 잘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업 이전에 ‘나도 마을 주민’이다는 생각으로 지역주민과 동화돼 공동체형성이 됐을 때 폐교 활용은 성공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만 명의 방문객에 3억 원의 농산물 판매 소독을 올린 ‘하늘내 들꽃마을’은 어른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어린이에게는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동화를 심어주는 꿈을 꾸는 듯한 동화 마을을 만들어 대한민국 최고의 농촌 테마마을로 가꾸어 나간다는 각오다.
 
 
강원 화천 토고미 자연학교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 토고미 마을은 북위 38도선 이북에 있는 작은 농촌이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공무원과 지역 지도자, 연구자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베트남, 중국 등에서 해외 농업 연수생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토고미(土雇米)는 예부터 이 마을에 부자가 많아 품을 팔면 품삯을 쌀로 받았다는데서 유래한 신대리의 옛 이름이다.

토고미 마을이 농촌회생마을의 표본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것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토고미 자연학교’를 운영했기에 가능했다. ‘토고미 자연학교’는 2000년 9월 문을 닫은 신풍초등학교를 2002년 630만원에 임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주민들은 폐교를 막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전교생 12명에 1학년과 6학년이 한반에서 복식 수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결국 학교를 포기하고 폐교에 동의했다.
이후 주민들은 오리농법 등 친환경농업에 눈을 떠 토고미 마을을 친환경 농촌으로 가꾸기 시작했고, 차츰 마을엔 견학하러온 도시사람들로 북적였다. 문 닫은 초등학교가 마을의 흉물로 변해갈 즈음 한상열 위원장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은 도시민을 대상으로 학교 문을 다시 열기로 했다.

모두가 한마음이되 학교 운동장에 자연잔디를 깔고, 교실을 막아 방을 꾸미고, 빔 프로젝트 등을 갖춘 최신식 회의장, 식당과 샤워장도 만들어 100여명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시설로 바꿨다. 토고미 지연학교는 말 그대로 새끼 꼬기나 전통농기구를 이용해 체험을 해보며 농촌을 이해하는 도시민을 위한 학교다. 또 자매 기업이나 단체 견학생들에겐 워크숍장소로 운동이나 캠프파이어도 가능한 연수 장소다.
 
주민 주도형 농촌체험·관광으로
 
토고미 마을은 58농가가 382ha의 농경지에서 토고미 오리쌀을 비롯해 고추·감자·고구마·옥수수 등을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토고미 마을은 매년 6월6일이면 오리를 논에 풀어 넣는 ‘오리농군 일터 보내기’행사를 연다.
이 행사는 도시민들에게 단순한 농사 체험이 아닌 주인의식을 심어주기위해 토고미오리쌀 재배 시 가족회원을 대상으로 1계좌 3만원씩의 오리 15마리 입식비용을 모금해 농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로 이어진다. 추수 때는 8kg씩의 토고미오리쌀을 무상으로 보내줘 쌀 직거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확한 오리쌀은 전량 수매해 벼로 보관하다 도시민의 주문이 있을 때마다 20kg당 7만원을 받고 마을 도정공장에서 바로 찧어 택배로 보낸다.

토고미 마을은 도시 소비자 관리를 위해 농사철이 시작되면 모내기, 오리입식방사, 메뚜기잡기, 가을걷이 등 도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영농행사를 열면서 마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폐교를 현대식 숙박시설로 개선함과 함께 가족들이 쾌적하게 머물 수 있는 펜션과 농가에서 직접 먹고 잘 수 있는 민박시설을 운영하면서 고객 모시기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농업과 폐교활용을 통한 도·농 교류가 확대되면서 토고미마을을 찾은 도시인은 2002년 4500명에서 지난해엔 1만7천여 명이 다녀갔다.
이에 따라 농산물 직거래 판매액도 9억 원에서 17억 원으로 크게 늘었으며 숙박과 체험관광 등 농촌관광사업도 확실한 농외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상열 위원장은 “농촌이 못사는 이유는 생산원가가 올라가면 제품가격도 올라가야 하는데 농산물은 내가 생산해도 내가 가격을 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내가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이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보다 마을 사람들에게 할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 하다”며 “성공할수록 갈등의 소지는 커지지만 경영자가 혼자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한다는 인식으로 부녀회, 노인회, 청년회에 일감을 나눠주고 일을 분배함으로써 갈등해소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를 있는 그대로 이용하니 돈이 안 들어 좋았다. 마을을 바꾸려 하지 말고 사람(주민)을 바꿔야 한다”며 “주민이 생각을 바꾸면 전통을 찾아내고 돈도 벌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