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재 센터 설립으로 미래 재난 대비
일본, 방재 센터 설립으로 미래 재난 대비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10.30 09:30
  • 호수 2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영리 민간단체 육성 지원법 제정…민·관이 하나돼
 
고베대지진이 민간단체 지원계기
 
재난에 대처하는 선진사례취재를 위해 일본을 방문해 처음 찾은 희망제작소. 이곳에선 고베지진 이전과 이후의 일본 사회의 민간단체에 대한 인식변화와 지원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1995년 발생한 고베지진은 일본 정부의 민간단체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
거대 재난이 발생했지만 그 대처에 행정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고, 재난현장의 구조와 복구에 민간이 큰 역할을 해냄에 따라 일본 정부가 민간의 힘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일본정부는 민간단체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비영리민간단체(NPO Non-Profit Organization) 육성 지원법을 제정해 민간단체 육성과 지원에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이전까진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해 오던 민간단체들이 쉽게 법인을 만들게 됨에 따라 정부도 이들을 파트너로 받아 들여 함께 일할 수 있게 돼 보다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강내영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일본의 민간단체 활동은 고베 대지진으로 큰 계기 마련했다”며 “예전엔 주민들이 양보를 안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민간에너지를 활용해 정부 부담을 줄이고 민간과 정부가 같이 하자라는 분위기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재난 대비 위해선 과거를 기억해야
 
1995년 1월17일 오전 5시 46분 일본 효고현 남부의 고베시 일대를 초토화시킨 진도 7.2의 고베지진은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발생 시켰다. 사망자 6334(재일교포 107명 포함-70%가 압사 질식사)명에 다친 사람이 4만3700명에 달했으며 이중 화재로 인해 죽은 사람 400명에 이르렀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주택이 10만4906동에 293건의 화재가 동시에 발생했으며, 80만㎡가 불타 정전이 발생한 가구가 260만 가구, 가스 단절이 84만 5천 가구, 수도 단수 127만 가구에 이르는 등 그 피해액이 1천400억 달러(한화 약 140조원)에 이르러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고베대지진은 일본의 재난재해 예방정책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고 이때 얻은 교훈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지진 방재 긴급사업’을 꾸준히 펴오며 일본을 안전 강국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고베시는 대지진 발생으로 파괴된 고베항 인근의 방파제와 가로등, 시설물 등을 당시의 상황그대로 보존하고 그곳에 홍보관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지진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또 위령탑도 마련해 고베지진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기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같은 재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의 소중함 깨달아
 
고베대지진은 시민들에게 자신의 문제는 자신스스로 대비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의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또 이웃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됐다. 재난상황에서 행정에 기댈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나 자신이 이겨내야 했으며, 먼저 서로 손길을 내밀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뿐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집에 몇 명이 살고 있고, 혼자 사는 노인이 어디 있는가를 아는 것은 인근 주민들밖에 없었다. 고베대지진 당시 어떤 형태로든 구조된 사람은 모두 3만5천명이었으며, 이 중 80%인 2만7천명은 가족이나 이웃 주민이 구출됐다.
실제로 마을 건물 중 90%가 파손되거나 소실된 고베시 노다(野田)북부 지구의 1천여가구 중 850가구의 주민정보를 네트워크화 됐으며, 이는 고베시 전체 차원에서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고베시는 6344명의 희생이라는 아픔을 딛고 ‘안전도시’로 탈바꿈 했다.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는 ‘자조(自助)’와 정부·지자체의 ‘공조(公助)’,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공조(共助)’가 모두 충실히 이뤄지고 있다.  
 
 
실질적 방재대책의 산실-사람과 미래방재센터
 
사람과 미래방재 센터는 2000년 4월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경험을 되살리고, 그 교훈을 미래사회에 적용키 위해 국가지원으로 설치된 시설로 (재)효고 지진재해 기념 21세기 연구기구가 운영하고 있다. 센터엔 많은 연구자와 지자체 관계자 미디어 관계자 등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현지 조사 등을 해 가면서 연구회를 운영하고 상호 협력관계구축으로 연계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재해 발생 시 피해정보나 생활정보들의 전달을 행정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어떻게 전달 할지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전시, 자료수집 및 보전, 재해대책전문직원 육성, 실천적인 방재연구와 젊은 방재전문가 육성, 재해대책 현지지원, 교류 및 네트워크 등 6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 내부에는 지진재해 체험 공간, 지진재해 기억 공간, 방재·감재 체험 공간 등 방재 미래관과 생명, 자연, 커뮤니케이션, 인간 등 인간 미래관이 운영 중이다. 특히 인간 미래관은 센터의 기능강화를 위해 국제적인 방재관계기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의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 기억을 고스란히 보전하며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재난대비 선진국 일본에도 아쉬움은 있다. 일례로 지진방재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립학교 내진화 비율이 전국 60% 정도로 더 이상 크게 증가되지 못하고 소폭 증가하고 있으며, 전혀 진행되지 않는 지역도 있다.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역시 경기가 후퇴함에 따라 재원 마련 어려워, 도시와 지방간 격차도 더 커지고 있어, 재해문화의 전승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