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광양의 아들 故차유철 병장 영전에
조사 광양의 아들 故차유철 병장 영전에
  • 광양신문
  • 승인 2006.10.20 13:40
  • 호수 18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8보병사단 순직 장병 합동 안장식”
- 2005년 6월 25일, 국립대전현충원 -

◇박두규
한국문인협회 광양지부장

아, 사랑하는 광양의 아들 유철이를 땅에 묻어야 하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광양읍 우리 동네에서 수줍음 많이 타며 성장한 너,
교회학교 고등부 교사로서 어깨를 토닥거렸고,
작년 휴가 때는 ‘착한 아들이 씩씩한 군인이네’
대견스러워 얼굴의 여드름을 쓰다듬었는 데...
이젠 낯선 사진을 앞세우고
가는 마지막 길에 한 줌 흙밖에 줄 것이 없어,
미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삼킨다.

변고의 현장에서, 범인이 1차 가해를 하고 나간 다음
내무반을 수습하면서 출입구의 전등을 켜던 네가
2차로 들어온 범인의 총알받이가 되다니...
피해 동료들을 수습하는 일에 앞서며
살신성인한 너의 충성스러움이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너와 일곱 동료들의 그 뜨거운 피,
방울방울 헛되지 않아
통제문화의 병영체제에 자발적인 애국심을 되살리고
구시대의 기계적인 군인에게 소중한 생명을 불어넣으리라.
휴전선의 고귀한 희생,
평화통일 일구는 값비싼 밑거름이 되리라.

너를 잃고 목이 메인 부모님의 텅빈 가슴에는
대한민국의 60만 군인이 아들로 안겼고,
작은 무덤 옆에 꽃 몇 송이 남긴 우리의
가슴가슴에는 네가 꽃으로 안겼다.
너는 정녕 광양의 아들이며, 대한민국의 꽃봉오리이다.

* * * * *

이 시대 청년들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사랑스런 아들들이여!
분단조국의 병영에 희생제물 된 여덟 용사들이여!

2005년 6월 25일,
하늘도 그대들의 죽음이 안타까워
태양조차 하얗게 눈물 머금었다네.

부디 천국 하나님 품안에서 고이 잠드소서.

사랑스런 그대들의 뜨거운 피는
부모형제와 동료 친지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꽃 피어 있으리라.

삼가 눈물을 거두며, 명복을 비나이다.
 
입력 : 2005년 0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