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 비준동의안 국회통과를 보며
쌀 협상 비준동의안 국회통과를 보며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28
  • 호수 1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을 살려야 민족이 산다
어제 ‘쌀 협상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됐다.
민주노동당과 일부 농촌의원들이 한때 실력저지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쌀 협상 비준안이 통과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올해부터 폐지된 추곡수매제의 영향으로 산지 쌀값이 폭락하는 등 농촌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어 농민들의 한숨섞인 울분을 생각한다면 어제 비준안을 선뜻 찬성하기 힘들 것이다.

쌀은 우리 민족과 영욕을 함께 해왔다. 쌀농사는 경제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이고 우리의 문화(文化)이다. 개방시대를 맞아 품질이 우수한 벼 품종을 개발해 우리의 문화(文化)를 이어나가야 한다.
쌀은 우리 민족과 영욕의 세월을 함께 해왔다. 주식이어서만은 아니다. 우리 민족에게 쌀농사는 단순한 경제행위가 아니다. 우리 민족은 쌀농사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민족문화를 창달했으며, 환경에 순응하며 반만년을 살아왔다.

우리 민족의 삶과 역사가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 왔어도 쌀은 변하지 않았다.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하더라도 민족의 뿌리가 변하지 않듯이 쌀 또한 우리와 함께 변하지 않을 것이다.
척박한 땅 만주와 연해주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밭이 아니라 논을 먼저 개간하고 쌀농사를 시작했다. 그만큼 쌀농사는 우리 민족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쌀은 민족의 아픔과도 함께 했다. 일제에는 산미증식(産米增殖)운동에 따라서 우리는 먹어보지도 못하고 일본에 공출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갑오 동학혁명도 사실은 쌀을 둘러싼 가진 자들의 착취에 항거한 농민봉기였다.

문제는 쌀협상 비준이 이뤄졌다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세계무역환경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쌀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쌀값은 떨어지고,그렇게 되면 미곡 위주의 농가소득이 상당히 감소할 것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이 강구(講究)돼야 한다.

여야가 쌀협상 비준동의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정부가 국제교역환경 변화에 맞춰 농업 및 농촌대책을 전면 재검토해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국회는 이를 토대로 법적 제도적인 농업진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한 조치이고, 꼭 실천(實踐)에 옮겨져야 할 과제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쌀 협상안 비준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성난 농심’을 껴안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에서 농업시장도 개방화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 개방화로 인해 농민들은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역자유화의 확대로 이익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면, 그 이익의 극히 일부라도 농민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의 농민들에 대한 의무는 막중하다. 특히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임기응변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업 생산성 향상은 물론 농가소득구조의 다양화 등에 대한 구체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농업문제 해법의 근간(根幹)이 돼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비준을 반대해온 농촌출신 의원들과 민노당도 결국은 농민소득감소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농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어려운 농업현실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고 정책당국자들에게 해결의 지혜를 빌려주는 것이 보다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입력 : 2005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