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장’인가, ‘수발보장’인가
‘요양보장’인가, ‘수발보장’인가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30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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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 광양자활후견기관장
노화나 치매, 중풍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노인을 보살피는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정작 운영의 효율성이나 효과성 제고 보다는 명칭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제5사회보험으로, 어쩌면 노인복지 영역의 한 단계 진화된 정책이라고 기대를 모으던 공적 노인간병 제도의 도입이 명칭을 어떻게 하느냐는 다소 사소한 문제로 도입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노인요양보장제도’로 할 것인가, 아니면 ‘노인수발보장제도’로 할 것인가 하는 ‘수발’과 ‘요양’의 두 단어 중 어떤 단어를 채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어떤 단어가 채택되던 간에 이제도의 가장 큰 의미는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간병, 또는 수발이나 간호, 기능 훈련을 지금까지 개별 가정에 맡겨온 것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보살핀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보건복지부가 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시안을 만들고 시안을 토대로 법률안을 마련할 때만 해도 그 명칭은 ‘요양’으로 결정되었으나 최근 공청회에서 순수한 우리말인 ‘수발’로 바꿔 제안하면서 명칭을 둘러싼 논쟁은 시작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에서 ‘수발’로 급선회한 것에 대해 요양이란 단어는 치료적의미가 강해 혹여 이제도의 수급자들이 노인성질환의 치료가지 보장해 줄 것이라는 오해를 할 우려가 있다는 것과 방문간호 등 의료서비스가 일부 포함되지만 간병, 수발 등 복지서비스가 주된 내용이라 이에 맞는 명칭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의료계와 여성계가 ‘수발보장제도’ 보다는 ‘요양보장제도’가 제도의 목적에 부합되는 명칭이라며 이견을 내놓았고 이후 명칭에 대한 찬반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되어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요양보장제도를 주장하는 여성계와 보건의료계, 그리고 노인계는 수발이라는 단어가 ‘가까이에서 노인을 돌 본다’는 제한된 개념으로는 가사간병 도움정도로 축소될 수 있어 노인장기요양보호의 기본개념을 극도로 축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어떤 명칭을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이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이 제도의 시행안에는 수혜자의 범위, 자금의 동원, 운영주체 등 운영적인 측면에서 미흡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제도가 시행될 경우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요양(수발)보호사들의 자격과 선발, 그리고 운영주체에 대한 세부사항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고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건과 복지가 결합된 종합복지정책과의 연계성도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렇듯 제도의 도입과 추진 단계에서 운영의 효과와 효율성 제도가 뒤로 밀리고 명칭문제에서 찬반 대립양상이 치열해 지면서 제도시행의 일선인 자치단체에서는 아직까지 개요파악도 못한 실정이다.

실제 이제도가 시행되면 자치단체는 저소득 빈곤 여성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가사간병사업 영역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창출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유료간병사와 재가간병인, 가정파견봉사대 등 사회적 간병 영역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여성인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그 여성의 대다수가 저소득층임을 감안한다면 사회적 서비스부분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는 큰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일선 자치단체들이 이제도의 시행과 관련된 준비가 어느 정도냐 하는가에 달려있다.
현재의 간병역역에서 활동하는 인력의 현황 파악과 함께 교육이수의 정도, 그리고 수혜자들의 현황 파악 등 제도시행에 대비한 사전 준비가 따라야 할 것이다.

제도시행의 목적과 의의에 맞는 명칭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감대 위에 이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고 이제도의 도입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자치단체의 노력들이 더 중요하지는 않을까 싶다.
 
입력 : 2005년 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