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코리안 드림을 치유한다
상처받은 코리안 드림을 치유한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8.07 09:06
  • 호수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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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병든 외국인들 눈물 닦아줘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자리 잡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원장 김정룡ㆍ이하 외노의원). 이 병원은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노동자들의 상처와 눈물을 어루만져주고 있는 곳이다.
외노의원은 의료의 사각 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외국인들의 생명을 살리며 인도주의에 기초한 사랑의 실천을 이루기 위해 세계 최초로 설립됐다. 이 병원은 김해성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지구촌 사랑나눔’이 운영하고 있으며 산업재해나 사고를 당한 이주노동자,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외국인 이주민 100만 시대, “아파도 하소연 할 곳 없어”
 
우리나라에 이주노동자가 집중적으로 몰린 시기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통해 잘사는 나라로 알려지기 시작한 80년대 후반부터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후 임금 인상과 수출 경기 호조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국민총생산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 노동자들이 3D 업종에는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틈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지난해 100만 명을 넘어 현재 주민등록 인구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는 재일동포가 700만 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불법 체류 1순위가 한국인이에요. 미국에도 불법체류자들이 어마어마하지요. 불법체류자가 이들 국가에는 삶의 모습 중 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면 한국에 사는 불법체류자는 추방해야 하고 외국에 사는 한국인 노동자는 봐줘야한다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 있는 것 아닌가요?”

외노의원 이사장인 김해성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고 말한다. 3D업종에 종사하다보니 골절 및 절단 등의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유해한 작업장에선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작업하면서 각종 호흡기 질환과 중금속 중독 등에도 노출되어 있다.

김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온갖 위험에 노출돼 각종 산재사고를 당하고 있지만 의료복지 혜택은 거의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대부분 불법체류자인데다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언어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들은 몸이 아파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
“외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가 의료부문입니다. 어디가 아파도 말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끙끙 앓고 있지요. 이들 외국인 노동자도 언어소통, 불법체류, 의료보험 미가입 등 3중고를 겪으며 신음하고 있어요.”

현재 의료보험 가입의 기본 자격은 비자의 종류를 떠나 체류자격이 합법이어야 한다. 불법체류자들도 본인 부담금 지불능력만 있으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3D업종에 뛰어든 이들에게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않고 본인 부담금으로 병원에 다닌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소한 병이 화 키우는 경우 ‘다반사’
김해성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소한 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커다란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건설현장에서 발에 못이 찔린 것조차 제때 치료받지 못해 파상풍 패혈증으로 사망하거나 급성맹장, 복막염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언어소통으로 인한 오진도 이어지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진료받기에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의 장벽이 턱없이 높다.
설령 통역자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고 해도 이들이 병원 문턱을 드나들기에는 또 다른 벽에 부딪치고 많다. 근로시간 때문이다. 잔업에 특근까지 겹치다 보면 평일에 이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기회는 거의 없다. 주말에 진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쉬는 병원이 많아 호미로 막으면 될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가로막힐 뿐이다.
김 목사는 “특히 큰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 비급여 부분이 커 20% 본인부담금이란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다”며 “국민건강보험 조차도 가입방법조차 모르고 재정을 아끼기 위해 사업주가 이를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올해로 개원 4년…13만여 외국인 노동자 이곳 찾아
 
김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이러한 현실을 지켜보면서 무엇보다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1992년부터 상담을 시작한 이후 ‘외국인노동자의 집, 중국동포의 집’을 개소해 이들이 당하는 임금체불, 산재, 질병, 성폭행, 폭행, 사기, 사망 등의 문제를 무료로 도와주고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줬지요. 그런데 의료문제가 가장 심각하더라구요.” 그는 이에 대한 방법 중 하나로 일요일 무료진료와 무료투약을 실시했다. 그러나 응급환자나 수술환자, 입원환자, 즉각 치료와 검사를 환자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하는 단점에 노출됐다.

“결국 감기나 맹장으로 사망하는 이들, 파상풍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사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장례나 치러주는 것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절박한 의료현실에 지금의 외노의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김 목사는 “외노의원이 그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지만 고통당한 손이라도 따뜻이 잡아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며 “이 땅에 그들이 있는 한 이런 일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7월 개원한 외노의원은 올해로 4년째를 맞이했다. 총 30병상인 이 병원은 내과,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10개 과목을 진료하고 있다. 보유한 장비도 내시경, X레이, 심전도, 물리치료, 초음파검사, 임상검사 등이 갖춰져 있다. 병상뿐만 아니라 갈 곳 없는 중국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도 마련돼 있다.
3년 전 가정부로 한국에 온 송순지씨(52ㆍ중국 심양)는 “한국에 와서 일한지 2개월 만에 몸이 아파 더 이상 일 못하고 이곳에 머물고 있다”며 “이곳 쉼터에서 받아줘서 숙식을 하며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몸이 회복되면 중국에 돌아갈 계획”이라며 “이곳에서 따뜻이 보살펴 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 진료시간은 월~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다. 하루 평균 200여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병원을 이용한 사람은 약 4만 명에 달한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김 목사는 “특히 인근에 중국 동포가 5만~6만 명 거주하는 관계로 아무래도 중국 동포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외노의원은 의료시설 뿐 아니라 중국동포 상담소도 갖춰져 있어 임금체불이나 사기, 폭행 등에 대한 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안식의 집이라는 납골당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다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김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밝고 희망찬 한국의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어 돌아간다면 이보다 더 큰 세계화는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말고 우리사회 구성원으로서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