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스스로 환경피해 대책 마련해야
[기자수첩]기업스스로 환경피해 대책 마련해야
  • 박주식
  • 승인 2008.12.19 09:32
  • 호수 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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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의 관심 속에 진행됐던 광양만환경현황조사가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실망만안긴 채 마무리됐다.
지난1년 간 4계절에 걸쳐 이뤄진 이번 조사는 광양만 지역의 환경현황을 알아 보기위해 민간단체의 요구에 따라 기업이 조사에 임했다는 부분에선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당초 조사를 요구했던 목적이 광양제철소가 지역에 많은 환경피해를 끼침으로 인해 이에 대한 확인을 위함이었다는 점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에 면죄부를 준 상황으로 끝을 맺었다.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조사연구진과 조사지점, 방법, 범위 등을 놓고 벌인 줄다리기에서 광양환경운동연합이 광양제철소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이미 예견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조사의 계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양환경연합은 광양제철소가 배출하는 대기와 수질오염물질이 지역에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광양제철소는 광양환경연합의 주장에 대해 상당기간을 버텼으나 결국 사과와 함께 인정하고 2005년 5월 10개항의 확약서를 제출했다.
이 확약서의 1번 항이 광양제철소 주변에 대한 오염물질과 확산정도, 환경영향, 생태계영향, 농수산물영향 및 기타 필요사항에 대한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한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확약을 한 이후에도 조사가 이뤄지기까진 순탄치만은 않았다.

광양제철소는 조사결과에 따른 파장을 염려해 조사연구진 구성과 조사규모, 방법 등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광양환경연합과 대립했다. 환경연합 또한 이번기회에 광양제철소 주변지역의 환경현황을 제대로 파악해 보겠다는 고집으로 무려 1년 6개월 동안 연구진 구성과 조사 규모축소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광양환경연합의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일이 급진전 됐다. 우선 조사를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광양제철소의 요구를 수용한 연구진의 조사계획서를 받아 광양만 환경현황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에 실망만을 안겨주며 막을 내렸다.

문제는 기회 상실이다.
이번조사가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후 계속된 조사가 진행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겠지만 아무 의미 없는 결과는 기업에 면죄부를 제공하고 또 다른 이견의 소지를 아예 단절시켜버린 꼴이 돼 버린 것이다. 광양제철소가 주변지역 환경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충분한 공감이 있음에도 이젠 더 이상 문제해결과 대책마련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해져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기업 활동 중에 오염 발생은 때론 불가항력이다.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오염물질 배출이 법적기준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업이 할 도리를 다했다고 한다면 너무나 후진적 사고라 할 수 있다.

환경오염물질 배출로 주변지역과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 기업이 먼저 나서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성숙된 기업윤리가 아쉽다. 이미 광양제철소 주변지역 주민들은 생활환경은 물론 건강에 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광양제철소가 이번 조사로 안도하기보단 기업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광양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기대한다. 이미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그땐 어떤 방법으로도 책임지거나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