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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귀농 일기<3>
시골살이의‘작은 행복’
[759호] 2018년 04월 27일 (금) 18:20:09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오랜만에 10만원이 생겼다.

   

이우식 시민기자

중마동에 사는 친구의 아내께서 취나물 만원짜리 10개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침 일찍 시작해 해질 무렵쯤 10봉지를 만들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처럼 돈 생긴김에 마트로 직행했다. 소주 6병과 막걸리 10병, 농막에 필요한 라면 몇 봉지와 믹스 커피 등을 샀더니 4~5만원이 쉽게 지출되었다.

하루 종일 취나물 캐느라 고생한 아내와 마주한 늦은 밥상엔 막걸리 한 병, 캔 맥주 하나가 올라 왔다. 향기로운 취나물과 머위 나물도 보인다.

아내의 캔맥주 뚜껑을 따 주며“고생했네 이~”피로를 풀어 주는 간지러운 말을 건네며 달래장을 뜨거운 밥에 슥슥 비벼 크게 한숫갈 떠서 막걸리 사발을 비운다.

하루는 늘 이렇게 마무리 된다. 시골살이의 작은 행복이기도 하다. 막걸리를 무리하게 마셨다 싶은 날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새벽 2~3시)에 일어난다.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가려고 방문을 열면 맑고 시원한 새벽 공기와 함께 하얀 고무신 위로 별빛이 쏟아진다.

배뇨의 욕구를 잊고 한참을 마당에서 서성이며 쏟아지는 별빛을 즐기는것도, 이름 모를 산새들의 모닝콜을 받는 것도 시골 살이의 행복이다.

가끔씩“농사지어서 돈이 돼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마다 알듯 모를 듯 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해 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돈’이다. 귀농하기 전 자영업 할 때도 돈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돈을 잘버는 가게를 접고, 하고 싶은 업종으로 변경 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15~16번의 사업자 등록을 바꿔가며 살아 온 삶의 변화에 가족들도 두 손을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돈을 잘 버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걸 좋아하다가 농부의 길까지 걷게 됐다.

2030 창업 농부와, 4050 전업 농부에게는 돈 이야기를 하는 건 그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60대 은퇴 농부에게 돈 이야기를 하는 건 와닿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60대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은데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며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지만 체력 소모가 많은 농촌의 60대에겐 건강하게 행복한 삶이 주어진 시간이 도시의 그들보다 짧기도 하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 시작한 농사의 미래가 밝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보다 또 다른 가치에 만족하며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농부들이 그런 삶의 가치를 찾아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농부의 나이도 올해 환갑이다. 어느새 비우고 낮추고 나누며 작은 것에 만족 하고 살아갈 나이가 되었다.

10만원의 돈이 생겼는데 돈에 관심 없는 척하며 돈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걸 보면 농촌의 현대판 보리 고개가 힘겹긴 힘겨운 모양이다. 고사리가 나올 때까지 잘 버텨내야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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