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법으로 ‘형제의병장 배’ 생산
친환경농법으로 ‘형제의병장 배’ 생산
  • 박주식
  • 승인 2009.05.07 09:19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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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강 신촌마을 친환경 배 작목반

농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살기 좋고 아름다운 봉강면 신촌마을. 신촌마을은 백운산 아래 바구산 주령을 타고 내려온 곳에 있는 마을로 예부터 약초와 띠 풀이 많다고 하여 질매재(띠밭골)라 불러오다 신기촌(莘基村)이라 하였는데 그 후 ‘기’자를 생략하고 신촌이라 불리게 됐다.

이 마을은 임진왜란시 큰 전공을 세우고 장렬히 전사한 강희보·강희열 장군이 태어난 형제의병장 마을로도 유명하다. 신촌마을은 2005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도 지정되어 여러 종류의 체험활동이 준비되어 있다. 남녀노소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밤 줍기 체험, 우리 고유의 염색을 배울 수 있는 전통염색체험,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가축 기르기 체험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농촌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다양한 자생식물군이 서식하는 백운산을 끼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농산물인 배, 매실, 밤, 감, 한우, 복분자, 고로쇠 등 친환경농법을 이용해 다양한 지역특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봉강 친환경 배 작목반은 이곳 신촌마을에서 배를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

2006년 오남주 반장과 11명의 반원이 함께 저 농약 인증을 받아 4년째 친환경 배를 생산하고 있는 작목반은 4만8800㎡의 배 밭에서 한해 100여 톤을 수확하고 있다. 봉강 친환경 배 작목반이 친환경 인증을 받기까진 오남주 반장이 선구자 역할을 했다. 12년 전 벼농사가 소득이 낮아,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배로 작목 전환을 한 그는 2004년부터 실질적인 친환경농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광양시 친환경농업대학 과수 2기 과정 수료와 배 재배를 위해 안 간 곳이 없을 정도로 쫓아다닌 각종 교육에서 이미 미래 농업은 친환경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친환경인증을 위한 작목반 구성을 위해 마을 주변의 배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의 필요성을 설득, 마침내 12명이 함께하는 작목반을 구성해 2006년 친환경인증을 받기에 이르렀다.

오 반장은 “친환경을 하면 사람 마음부터 달라진다. 그전엔 제초제를 사용했지만, 친환경 인증을 받고 부턴 쓸 수가 없다”며 “땅에 파란 풀이 있으니 얼마나 보기 좋은가. 이런 것 하나가 친환경 하는 보람이다”고 자랑했다.

오 반장은 배 밭의 풀을 제초하지 말 것을 반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배 밭을 산이라 생각하고 애써 풀을 제거할 필요 없이 밭에 풀이 있는 대로 놔두라는 것이다. 이는 학교 운동장 같은 삭막한 곳에 작물 키우는 것은 잘 못 된 것이다는 생각에서다. 또 나무 아래 풀이 있어야 병충이 나무에 못 오를 뿐만 아니라 풀은 땅심을 돋우고 땅속에 산소공급까지 하는 이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친환경이지만 아직도 어려움은 많다. 배나무에 병이 오게 되면 약을 쳐야 하는데 일반농법의 반밖에 약을 칠 수가 없어서 안타까울 때도 있다. 수확량도 떨어지고 상품 가치도 감소한다. 또 아직도 공판장에선 친환경 농산물이 제값을 다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온갖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수확한 상품은 언제나 자신감 있고 떳떳하다. 일반제품과 비교하면 더 많은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 낸 상품이기 때문이다.

봉강 친환경 배 작목반의 배는 대부분 추석 전 후 선물용으로 직거래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또 일부는 공판장으로 출하하고 남은 물량은 저장했다가 설날에 맞춰 판매한다. 가격이 문제지 판매를 못 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작목반의 또 하나의 어려움은 친환경제품임에도 가격을 비싸게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비싸도 소비자들의 손이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오 반장은 “공판장 가면 아직도 보기 좋은 상품이 우선이다”며 “친환경은 좋은 상품 만들기가 힘이 들지만,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상품인 만큼 모양보단 생산 이력을 먼저 생각하는 소비자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저농약 친환경인증이 없어지는 것이 요즘 오 반장의 고민이다. 작목반원 모두와 함께 무농약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 반장은 “그동안 공들여 놓은 것이 아까워서라도 반드시 무농약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각오다. 형제의병장정보화마을 부위원장과 신촌마을 개발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으며 친환경농업 선구자의 길을 걷는 오남주 반장의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노력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