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사람 기질론
광양사람 기질론
  • 광양뉴스
  • 승인 2010.05.24 09:29
  • 호수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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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광양태금중 교장, 문학박사

광양사람을 가리켜 ‘고춧가루 서 말을  먹고 뻘 속 30리를 기어간다.’라고 한다.  그리고 ‘순천사람 셋이 광양 죽은 송장 하나를 못해 본다.’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말이 언제, 어떤 연유에서 나온 말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광양사람으로서는 과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광양사람이 유달리 모질고 악착스러운 사람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정대영이 엮은 설화집『광양사람 고춧가루 서 말 먹고 뻘 속 30리를 기어간다』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던 광양읍에 사는 청년이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면서 입과 코로 고춧가루 서 말을 먹고 실신을 했다. 그런데 일본 경찰이 경비를 소홀히 하는 틈을 타서 밤중에 여천에서 초남까지 30여 리의 갯벌을 기어서 탈출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순천사람 셋이 광양 죽은 송장 하나를 못해 본다.’는 이야기는 이렇다. “조선시대 말에 광양읍 익신리에 사는 한군협(韓郡俠)이라는 사람이 동학농민전쟁 때 동학군에 가담한 죄로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관원들에게 호통까지 쳤다. 그는 죽은 후에도 순천 친구 셋과 술내기를 하였는데, 순천 친구들은 뒤늦게야 죽은 사람과 술을 마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광양사람들의 기질이 다른 지역인들보다 강하고 독특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구전되어 오던 설화를 채록한 것이 아니라 엮은이가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광양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앞의 두 가지 이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보다는 “여수에서 돈 자랑 하지 말고, 순천에서 얼굴 자랑 하지 말고, 광양에서 인물 자랑 하지 마라.”는 말이 더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천혜의 지형을 갖춘 광양이 장차 광양만권 3개 시가 통합될 경우에 ‘광양만시’로 3개 시의 중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광양에서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자성예언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암행어사 박문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예로부터 광양은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북쪽에는 백운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는 넓은 들을 지나 광양만이 있어 큰 바다로 나갈 수 있는데다, 좌우로 강이 흐르는 천혜의 명당이 광양 땅이다.

그래서 ‘광양(光陽)’을 글자 그대로 ‘빛이 나고 햇볕 좋은 고을’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 광양이라고 한다.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는 동식물들이 왕성하게 성장한다. 특히 광양과 같이, 햇볕이 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기질은 정열적이고 적극적이며, 자유분방하여 개성이 강하고, 예술과 스포츠를 좋아한다. 이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공통된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에 사는 민중들은 불의에 저항하여 싸운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건이 많다.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지역민의 기질이나 집단무의식의 정서는 일시에 바꾸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히려 지방민의 텃세로 나타나거나 지역 이기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광양사람들의 좋은 기질은 더욱 더 장려하고,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점은 보완해서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로부터 전라도에는 ‘3城’(높은 고개가 있는 곡성, 보성, 장성) ‘3平’(평야가 넓은 남평, 창평, 함평)이 있어 그 고장 사람들의 기질이 억세고 거칠다고 한다. 그러나 최첨단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새로운 ‘3光’의 문화, 즉 광양(光陽) 제철소의 불빛, 광주(光州) 光산업의 빛, 영광(靈光) 원자력의 신령스러운 빛으로 21세기의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창출해야 한다. 그리하여 광양사람들의 좋은 기질과 더불어 광양의 인재들이 이 시대를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