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토요일 학생은 ‘더’ 괴롭다
쉬는 토요일 학생은 ‘더’ 괴롭다
  • 지정운
  • 승인 2012.03.12 09:55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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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그냥 쉬는 날로 되돌려 주자”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인 미소의 하루 일과는 어른들 만큼이나 바쁘다. 아침 8시면 전화가 걸려온다. 미소는 전화속의 선생님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 공부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간 미소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2시 쯤.
곧바로 피아노 가방을 들고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가 1시간 정도 피아노를 연습하고 온다. 이후에는 창의성 수업이 화, 목요일에 있고 월, 수, 금은 태권도와 수학 등의 학원에 가야한다.

저녁을 먹고 난 미소에게 남겨진 수업은 집에서 하는 영어공부와 학습지 풀기, 일기쓰기 등이다. 아침부터 밤 늦은 10시가 다 될 때까지 공부의 연속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미소 뿐만의 일이 아닌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의 대부분의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학교에서 시행하는 주 5일제 프로그램에 또다시 아이들이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학교는 학교대로 교과부 지침에 의해 토요 스포츠데이를 만들어 성과를 내려하고 있다. 

평가가 뒤따르는 토요 스포츠데이 프로그램이 토요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이유다.
김정운 광양시청소년문화센터장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토요 휴무면 쉬게 놔두고 좋아하는 활동을 했으면 하는 욕구가 있는데도 최근 학교를 포함해 사회가 너무 급하게 제도를 시행하는 것 같다”며 “토요일은 학생들이 편히 쉬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공부에 지친 심신을 쉴 수 있는 날로 돌려주자”고 제안했다.

이뿐 아니다. 주 5일제가 되면서 학원이 바빠졌다. 토요일을 대비한 학원프로그램이 많이 개설됐고, 실제로 30%정도 학원생이 들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토요일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아이들이 또 다른 수업의 연장선상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미녀들의 수다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따루’(핀란드 출신)씨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교육 선진국으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핀란드 출신이지만 토요일날 따로 뭔가를 했던 기억은 없었다”며 “단지 그냥 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마음대로’의 날 이었다”고 말했다.

어른들만큼이나 바쁜 학생들에게 토요일은 그냥 쉬게하는 날로 돌려주자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