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첫 완창 공연의 감동…7개월 지난 지금도 생생해요!”
“고향에서 첫 완창 공연의 감동…7개월 지난 지금도 생생해요!”
  • 이성훈
  • 승인 2016.11.06 10:33
  • 호수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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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출신 전남도립국악단원 소리꾼 박정희 씨 …“고향서 많은 사랑 감사”

지난 4월 3일 오후 3시.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소리꾼 박정희의‘동초제 심청가 완창 발표회’.

공연시간만 무려 5시간이었는데도 관객과 소리꾼은 한 무대에서 한 몸이 됐다. 소리꾼 박정희 씨는 완창 공연을 마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감동은 잊지 못하고 있다.“생애 첫 완창 공연은 내 고향 광양에서 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뤄 정말 기뻤다”며“흥이 많은 고향 분들이 그날 끝까지 자리에 남아 추임새도 넣어주시고 무대를 함께 빛내주셔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소리꾼 박정희. 그는 광양읍 초남마을이 고향이다.

현재 초남마을에는 부모님이 살고 있으며 박 씨는 가끔 고향에 올 때면 마을 앞 바닷가에서 전해오는 뻘 내음을 한없이 맡는다. 박 씨는“공부하느라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항상 우리 집 앞 바다 냄새가 그립다”며 웃었다.

박정희 씨는 광양 동초(44회)-광양여중(23회)-백운고(1회)를 졸업했다. 보통 어렸을 때 소리를 배우지만 박 씨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소리에 입문했다.

고2때부터 소리를 시작했다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 춤 등에 관심은 있었는데 처음 시작한 것은 고2때부터”라며“아버지의 권유로 입문한 것이 제 평생의 업이 될 줄은 몰랐다”며 수줍게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운 박 씨는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 이일주 명창으로부터 심청가, 춘향가, 흥보가를 사사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스승이 있는 전주에 올라가 공부를 하고 있다. 박 씨는 현재 전남도립국악단 창악부의 젊은 단원으로서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정희 씨는“아직 공부할게 많아서 공연보다는 개인 수양에 좀더 노력하고 있다”며“매주 토요 상설공연이나 종종 지역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 씨는 그동안 △제5회 박동진 명창, 명고대회 판소리 일반부 장원 △제18회 송만갑 판소리, 고수대회 판소리 명창부 준우승 △제10회 창원야철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일반부 문화관광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공연으로는 △2003년 전주시립국악단 협연 △2005년 전주 해설있는 판소리 초청공연 심청가 발표회 △2009년 판소리 발표회 △2014년 광양시립국악단 협연 △2015년 광주 빛고을 전수관 초청공연 심청가 발표 등을 거쳐 지난 4월 광양에서 심청가 완창 발표회를 가졌다.

박 씨는“공연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는 실력인데도 무대에 올라서면 관객들이 추임새도 잘 맞춰주고 함께 즐거워해주셔서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힘들 때 마다 스승님 격려가 큰 힘”

예술을 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그야말로 피와 살을 깎아내고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고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정희 씨 역시 숱한 고비와 좌절을 통해 세상의 쓴맛을 수없이 봤다. 공연을 준비하던 도중 어떤 날은‘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하는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연습해도 진전된 모습은 보이지 않고 돌아서고 나면 허무하고 우울한 생각도 많이 들었다.“소리가 나에게 정말 맞는 것일까?”한없는 회한이 들어 남몰래 운 적도 많았다. 목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고, 소리가 지겨울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스승은 정희 씨를 따뜻이 보듬어줬다. 박 씨는“스승님께서 이런 과정을 수없이 거치고 이겨내야 진정한 소리를 할 수 있다”며 다독여줬다고 한다. 박정희 씨는“힘들 때마다 스승님의 격려가 큰 힘과 용기가 되었다”며“앞으로도 어려운 나날들이 많이 있겠지만 이제는 이겨낼 자신이 생겼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소리 공부를 한다. 박 씨는“목이라는 게 참 희한하게 매일 연습을 하더라도 하루라도 쉬면 생목으로 돌아간다”며“중요한 공연을 며칠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제외하고는 매일 세 시간 이상 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소리꾼들이 목을 트기 위해 피를 토해내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연습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박 씨는“소리꾼들에게 목은 생명이나 다름없어 최대한 목을 보호한다”며“자극적인 음식, 음료수 등을 자제하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씨가 좋아하는 판소리 대목은 심청가 중 인당수에 빠져 죽은 심청을 그리워하는‘타루비’대목이다. 그는“슬픔의 극치를 표현한 이 대목을 부르다보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절한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정희 씨의 내년 목표는 대통령상 도전이다.“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루지 않겠느냐”는 그는“좀더 정진해서 내년에는 그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또한 흥부가 완창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박 씨는“내 고향 광양을 위해서,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서, 저를 항상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바라고 우리 소리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