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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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22.01.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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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과학 4-1 2. 지층과 화석

융합동시이야기/박행신 작가

 

누르고 눌러두면

 

오랜 동안 쌓아두고

꼬오꼭 누르고 누르면

마침내 돌멩이가 된다

화석이 된다

 

친구와 다투고 돌아서서

덜 풀린 화난 마음

꼬오꼭 누르고 눌러두면

어느새 단단한 돌멩이가 된다

 

마음도 돌멩이가 되면

영영 풀리지 않는다

 

*할머니의 돌탑 쌓기

할머니는 오늘도 돌탑을 쌓으려고 고무대야에 돌멩이 서너 개를 담아 이고 왔어요. 돌탑은 할머니의 키를 훌쩍 넘어섰어요. 밑 부분은 어른 네다섯 명이 양팔을 벌려 잡아야 할 만큼 넓었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져 마치 고깔을 엎어 놓은 것 같았어요. 완성되려면 얼마 남지 않아 보였어요.

할머니가 탑을 쌓기 시작한 이유는 손자 때문이었어요. 할머니의 가족은 손자 하나뿐이었어요. 아들이 사업에 크게 실패하여 그 충격으로 죽고 말았고, 며느리는 빚쟁이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어린 손자만 남겨두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어요. 어쩔 수 없이 어린 손자를 돌보아야만 했어요.

손자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할머니 품안에서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더니만,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했어요. 결석이 잦고, 심지어는 집을 나가 며칠이고 들어오지 않았어요. 학교마저 그만 두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면서도 가끔 찾아와서 할머니께 돈을 달라며 떼를 쓰곤 했어요. 할머니는 그런 손자를 어르고 달랬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요.

“내가 죄가 많아서 그런 거여. 죄가 많아서….”

할머니는 생각 끝에 집 뒤 산으로 가는 오솔길 가에다 돌탑을 쌓기로 했어요. 돌멩이 하나 하나를 쌓을 때마다 우리 손자 바르고 착한 사람으로 되돌아오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쌓기로 했어요. 마침 근처에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너덜강을 이루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고무 대야에 돌멩이를 이고와 쌓기 시작했어요.

돌탑을 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무겁기도 했지만, 손이나 발을 다치는 수가 많았어요. 손은 거칠어가고 상처가 생겨 나을 때까지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할머니가 돌탑을 쌓는 것을 알고 손자는 올 때마다 투덜거리며 말렸어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그런다고 내가 달라질 것 같아요? 확 다 부셔버려요.”

“다 니 잘 되라고 허는 일이다. 니 잘 되라고! 오직하면 내가 이러 건냐!”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몹시 오는 날이었어요. 마침 손자가 하루 전에 집에 와 있었어요. 할머니는 거친 태풍에 행여나 돌탑이 무너지지나 않았나 싶어, 비옷을 걸치고 돌탑으로 갔어요. 다행이 돌탑은 아무렇지 않았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어 들어왔어요. 그 모습을 손자가 보았어요.

“할머니, 도대체 돌탑이 무어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이거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

손자는 할머니께 불 같이 화를 내더니, 비옷도 입지 않고 곧바로 뛰쳐나가 돌탑을 허물기 시작했어요. 할머니가 뒤쫓아가 손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했어요.

“이 놈아, 그러면 안 된다! 그러면 안 된다!”

손자는 빗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가슴 속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아~~~, 아~~~’ 괴성을 지르더니 냅다 도망치듯 달아나 버렸어요.

“얘야, 얘야, 어디 가니?”

할머니는 동구 밖으로 내달리는 손자를 애타게 불렀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사라지고 말았어요.

이윽고 태풍이 지나가고 주변은 조용해졌지만, 할머니는 콜록콜록 기침 감기에 걸리고 말았어요. 태풍 속에서 손자와 함께한 소란이 결국 할머니의 건강마저 해치고 말았어요. 할머니는 킁킁 앓으면서 깊은 잠에 빠져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았어요.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듯싶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고, 때때로 입안으로 뭔가 들어오는 듯싶었지만 삼키는 둥 마는 둥 했어요.

그렇게 이삼일이 지나자 할머니는 일어날 수 있었어요. 한 순간 어지러워 잠시 숨을 고르자 그런대로 걸을 만 했어요. 할머니는 그런 중에도 돌탑이 걱정이 되어 지팡이를 찾아들고 돌탑으로 주춤주춤 걸어갔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돌탑을 쌓고 있었어요. 돌탑 맨 꼭대기에 뾰족한 돌멩이를 세워 놓으니 다 마무리되는 듯 보였어요.

“아니, 누가 저렇게 마무리를 했을까?”

할머니는 눈 위 이마에 손바닥으로 햇빛 가리개를 하며 침침한 눈을 자꾸 꿈벅거렸어요. 어른어른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이 언 듯 손자인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