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이순신 철동상이 우리만 가진 특별함 일까
[발행인 칼럼] 이순신 철동상이 우리만 가진 특별함 일까
  • 김양환 기자
  • 승인 2023.05.22 08:30
  • 호수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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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김  양  환

정인화 시장의 선거 공약인 이순신 장군 철동상 건립이 일단 무산됐다. 한차례 시도에서 시의회 제동이 걸린 이순신 장군 철동상 건립 용역비는 광양 관광 랜드마크 용역비란 이름으로 바꾸고 예산도 1억을 줄여 2억원으로 의회에 상정해 총무위는 통과했지만 예결위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정 시장은 이번 의회 상정을 앞두고 열린 시민과의 대화에서 가는 곳마다 이순신 철동상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민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이나 가능성에서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에는 부족한 설득이었다.

우선 이순신 장군과 광양의 연관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인근 여수, 남해, 통영, 진도 등과 비교하면 더 많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동상의 크기로 이런 곳들을 제압할 수도 없다. 설상 동상을 세워 크기를 높게 해서 전망대라고 만들면 과연 무엇을 볼 수가 있을까. 구봉산 전망대 만큼이나 광양만을 조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가까운 광양제철소 공장 내부의 널브러진 구조물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 아닌가.

특히 이순신 동상 사업은 단순한 큰 동상의 구조물이 아니라, 상업 시설을 함께 짓는 민자유치 사업인데 과연 누가 이런 사업에 뛰어들지도 의문이다. 아무리 시비로 용역비를 들여 사업을 진행해도 참여할 기업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또한 정확한 시설규모나 상업시설 구상은 알 수 없으나 이순신 장군 구조물 신체 안에 상업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이 왔다갔다하는 것도 역사적 인물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는 관점도 억지스럽지만은 않아 보인다.

꼭 이순신 장군을 광양시와 연결할 필요가 있다면 어영담을 함께 부각시켜 광양시의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구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패턴은 항상 바뀐다. 아무리 좋은 시설도 시간이 지나면 밀려나고 관광객은 새로운 곳을 찾게 된다. 그래서 관광객이 꾸준히 찾아오는 곳이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랜드마크는 다른 곳에는 없어야 하고, 그 지역이 갖고 있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과연 이순신 철동상이 우리만이 갖고 있는 특별함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 시장의 선거공약에 대한 부담감도 이해된다. 하지만 선거공약은 현실적인 판단으로 바꿀 수도 취소할 수도 있다. 선거 기간 동안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타지자체도 당선 이후에 공약을 폐기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많은 시민들이 반대하는 공약을 꼭 실천하는 무리수는 둘 필요가 없다.

이로 인한 실패 사례는 넘치고 넘친다. 대표적으로 정현복 시장이 야심차게 시작한 어린이테마파크는 토지보상이 고작이고 민자유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정부예산으로 하는 사업만 진행 중이다. 선거공약은 아닌 것으로 기억되지만 여수엑스포를 겨냥한 국제서커스공연도 시민들의 반대 속에 결과는 상처만 남겼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번 의회의 이순신 철동상 예산 심의 의결과정을 보면 고민이 엿보인다. 예결위가 상임위인 총무위의 찬성 결과를 뒤집었다. 흔치 않는 일이다. 상임위의 부결을 예결위가 살리는 경우는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 관례였다. 이는 이번 예산에 대한 의원들의 상반된 의견이 대립됐고, 상임위 통과 이후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의원들에게 SNS 문자로 전달돼 의원들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집행부는 필요하다면 똑같은 사업이 부결되면 다음 회기에 또 올리고 올려서 결국은 통과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 의회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