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아직도 관제데모 인가
[발행인칼럼] 아직도 관제데모 인가
  • 김양환 기자
  • 승인 2023.05.30 08:30
  • 호수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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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환 발행인
김양환 발행인

 

관제데모는 중앙정부나 공공기관 등이 개입해 정부 등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벌이는 시위를 말한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공무원을 통해 시민들을 강제로 동원하는 형태가 빈번하게 이뤄졌는데 이를 관제데모라 한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시민의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관제데모는 정권 유지 차원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으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잠시 사라졌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했다. 세월호참사, 위안부 문제, 국정교과서 등 이슈가 있을 때 정권을 옹호하는 집회를 열었는데 청와대 지시로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고엽제전우회 등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시절에는 당내 협조공문으로 개천절에 장외집회 참여를 독려하면서 인원수와 피켓 예시까지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관제데모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았지만,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방정부가 개입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형태도 인원을 동원하는 집회보다는 각 단체를 동원해 현수막을 내걸어 반대나 찬성을 유도한다. 

기억할만한 사례는 수년전 순천대학교가 공대캠퍼스를 광양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하자 순천시 단체들이 순천과 광양에 반대 현수막을 수백여 장 부착하는 일이 있었고 결국 광양 공대 유치는 무산됐다.

광양에서도 여러 차례 현수막 관제데모가 있었다. 정현복 시장 시절 포스코가 이차전지 공장 부지로 율촌산단과 광양지역 산단을 두고 고민에 빠졌을 때 관내 유치 현수막을 어마어마하게 걸었지만 결과는 율촌산단 내 광양 주소지로 결정되고 말았다.

지난해 8월에는 포스코 지주회사 포항 이전과 관련한 시위를 포항시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범시민대책위가 선두에 섰지만 포항시 작품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SNS로 보낸 메시지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최근 광양에서도 포스코 퓨처엠 광양 이전 등과 상생협의회 미온적 대처, 정비자회사 설립문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의회 의원이 1인시위에 나서는 등 반대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포스코를 향한 현수막이 광양시 전역을 뒤덮었다. 세보지는 않았지만 수백장이 걸린 듯이 보여졌다. 

설상가상으로 광양제철소 직원이 한 동사무소를 찾아가 현수막 게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지역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는 막말을 해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결국 광양제철소장이 나서 사과하고 수습을 시도 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제철소 직원은 현수막 게첨을 주도한 것이 행정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폭탄발언이 나왔다. 물론 행정이 주도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 많은 현수막이 단체 스스로 결정해 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정황으로 보면 현수막 관제데모일 가능성이 크다.

광양시민들 다수가 느끼는 포스코 태도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구태한 관제데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모습은 더더욱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도자들의 좀 더 현명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