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안인 구매제도 요구 “믿어달라”… 문서화는 거절
핵심사안인 구매제도 요구 “믿어달라”… 문서화는 거절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6.03 15:38
  • 호수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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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정비자회사 설명회 개최
지역구매·근로자 처우·막말논란 쟁점
행정부소장 자리뜨며 설명회 ‘흐지부지’

지난달 30일 포스코는 시의회를 찾아 정비자회사 출범과 관련해 설명회를 열었다. 추진 배경과 경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이철호 행정부소장이 회의 도중 자리를 비우며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는 평이다. 

설명회는 30여분만에 마쳤지만 이후 1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지역구매 △근로자 처우 △막말논란 등이 쟁점으로 논의됐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논의된 지역구매와 관련해서 회의에 참석한 포스코 노무경쟁력 강화 TF팀 부장, GYS테크 신임 사장 및 경영지원실 부장은 “지역구매는 현행을 유지할 것”이라며 “엔투비 전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은 해당 발언에 대한 ‘문서화’를 주장했으나 포스코 측은 “선례가 없다”, “공적인 자리의 발언이니 믿어달라”, “문서화까지 필요한 사안인지 모르겠다” 등의 이유를 대며 사실상 거절의사를 밝혔다. 

이에 시의원들과 참석자들은 과거 사례를 들며 ‘문서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전 일부 사안에 대해 ‘문서화’ 사례가 있었음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구호 의원은 “엔투비를 도입할 때에도 지역사회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비슷한 상황이였다”며 “포스코 측은 당시에도 지역사회에 피해가 없게하겠다는 구두약속을 했으나 몇 달 지나지 않아 곧바로 시행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당자의 부서 이전이나 퇴직 등 인사이동이 생길 경우 기존에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온 한 언론인은 “20여년전 환경 관련한 협약서를 작성한 사례가 있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포항에서 문서화를 하지 않는다면 광양도 불가한 것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거듭된 요구에 포스코 측은 “이 자리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대답을 회피하면서 화살은 결국 회의 중간 자리를 비운 이철호 행정부소장에게 돌아갔다. 질의응답이 시작될 무렵 ‘고공농성과 관련한 사내 문제’를 이유로 회의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 부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최근 논란이 되었던 ‘직원 막말’에 대한 사과 요구도 흐지부지 지나갔다. 질의응답 초반 김보라 의원이 ‘막말 논란’에 대해 묻자 이 부소장은 “정비 자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나눈 뒤 말하겠다”고 답했으나 회의가 끝날 무렵 이 부소장은 자리에 없었다. 

다만 김태영 포스코 행정섭외그룹장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대화로 파악했지만 내용이 심각해 제철소장 명의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직원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직무배제 상태”라며 “회장 사과문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발언을 들은 박철수 의원은 “광양시민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냐”며 “사석에서 나눈 대화가 아닌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 팩트 체크도 하지 않았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광양시의회가 선제적으로 움직이며 설명회를 이끌어 낸 것을 두고 ‘활동적’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한편 시의회가 강력하게 주장한 ‘문서화’ 및 ‘회장사과’를 모두 놓쳐 자칫 연계된 활동에 대한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평이다. 

아울러 시민들은 포스코의 ‘불안해 말라’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뢰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의원은 “설명회 개최가 소기의 성과이긴 하지만 포스코가 원론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조금 더 강경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자회사 설립이 결정됐고 설명회도 거친만큼 더 이상 시의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광양지역에서 협력사에 10년째 납품업을 이어오고 있는 한 소상공인은 “말만으로 신뢰하는 것은 오랫동안 쌓아온 신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2~3년 후 내부지침이 생겼다며 엔투비 체제로 변환할 수도 있다는 지역사회 불안감은 결국 포스코가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