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햇살학교에서 제빵사 꿈을 키워요 ”
“광양햇살학교에서 제빵사 꿈을 키워요 ”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11.02 18:43
  • 호수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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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최연소 출전자 ‘황지우’
손재주 좋아 실력도 빠르게 늘어
지역사회 보탬 되는 사람 되고파
△ 전국대회에 출전한 황지우 학생.
△ 전국대회에 출전한 황지우 학생.

“나중에 어른이 되면 카페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어요”

광양햇살학교에서 만난 황지우 학생(16)은 환하게 웃으며 꿈을 말했다. 지우 학생은 지난 9월 열린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최연소 참가자로 주목을 받았다. 제과·제빵을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의 성과다. 

“원래부터 빵을 좋아했어요. 중학생 때 체험학습에서 제과·제빵을 접해보고 관심이 생겼어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지우 학생은 미술과 목공에 관심이 많았다. 

화가나 건축가를 꿈꾸던 학생은 우연한 기회에 제빵을 접하고, 급격히 진로를 틀어 광양햇살학교에 입학했다. 

△ 대회 출전하기 전 교내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대회 출전하기 전 교내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개교한 광양햇살학교는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까지 연계되는 진로 교육을 하고 있어 지우 학생이 배우기에도 적절했다.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말 못할 고충도 한몫했다. 불편한 시선과 친구들의 은근한 괴롭힘이 늘 따라다녔다. 심지어 대놓고 비하 발언을 일삼는 아이들도 있었다. 

새로 진학한 학교에선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됐다. 마음이 조금 편해져서일까. 그의 실력은 처음 배우는 거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늘었다. 5월에 케이크 데코레이션을 배우기 시작해서 한 달여 만에 출전한 전남장애인기능경기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는 아직 쑥스러운 듯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과 함께 출전한 형의 조언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임효기 담임교사는 되려 “지우가 먼저 연습하고 싶다는데 외면할 순 없었다”고 제자에게 공을 돌렸다. 

이후 출전하게 된 전국대회에선 초콜릿 과제에서 헤매는 바람에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했기 때문이다. 첫 대회 때는 긴장되는 마음에 잠도 못 자고 대회 후에도 소화 불량에 시달릴 정도로 고생했다. 그러나 전국대회에는 별로 떨리지 않았단다. 

△ 전남대회 작품.
△ 전남대회 작품.
△ 전국대회 작품.
△ 전국대회 작품.

실력이 빠르게 좋아진 것은 손재주만은 아니었다. 수상 이면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숨겨져 있었다. 정교한 힘 조절과 섬세한 조절이 필요한 작업인지라 손목이 아려왔다. 알러지가 올라 온 것처럼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참고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지우 학생에게는 더없이 좋은 사회 훈련이기도 했던 셈이다. 

조남준 광양햇살학교 교장은 “장애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학습을 하진 않는다”며 “단시간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규시간 동안 일할 수 있는 태도와 자세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지내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과·제빵 자격증을 취득하는 시험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방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실기가 면제됐지만 필기 시험은 치러야 한다. 여느 학생처럼 공부를 좋아하지 않아 시험공부를 하려니 벌써 눈앞이 막막하다. 

자격증 책을 살짝 봤는데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는 지우 학생은 “그래도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봐야죠”라며 멋쩍게 웃는다. 

그의 꿈은 소박하다. 우선 전공과를 마치고 취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바리스타 과정까지 배워서 자신만의 카페를 열고 싶단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최종 꿈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니 어떤 학생들보다 생각이 깊었다. 

황지우 학생은 “일단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수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거에요. 쉽지는 않겠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면 카페를 열고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