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설비 정비 전문가로 ‘한 길’…박동식 하이렉 대표
구동설비 정비 전문가로 ‘한 길’…박동식 하이렉 대표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2.29 17:26
  • 호수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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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세월, 현장을 누빈 사나이

광양제철소 설립 이후 광양시는 급격한 성장을 맞이했다. 

광양제철소, 여수산단, 광양항까지 연결되면서 전남의 주요 경제 요충지로 떠올랐다. 

광양시는 전남 내 가장 젊은 도시, 각종 일자리 관련 우수지자체 선정, 높은 재정자립도 등 많은 영광을 누렸지만 이면에는 음지에서 산업 현장을 함께 지켜온 이들이 있다. 마치 호수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의 발이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광양서 태어나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구동설비 정비를 해 온 박동식 하이렉 대표(58)도 ‘광양의 발’이다. 

1999년 회사를 창업한 이후 포스코 광양제철소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인근 현대 하이스코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약했다. 

주로 사전 정비계획에 따라 모터나 펌프, 공기구 등을 수리하고 사전 정비를 실시하는 일을 맡아서 진행하지만 갑자기 현장에 출동하는 경우도 잦다. 

일명 ‘돌발’이라고 불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겨울철 부두쪽 정비를 나갈때면 불어오는 칼바람으로 인해 눈도 못뜰 정도로 열악한 정비 환경에 놓일 때도 많다.

구동기 정비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술력을 요하는 일이다. 모터가 원활하게 회전하기 위해 정확하게 무게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일이다 보니 정교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그래서인지 지역 내 관련 정비업체도 5곳 내외로 많지 않아서 전국 곳곳 현장을 다녔다. 

이 중에서도 영암 F1경기장은 박 대표에게 특별한 기억이 있는 장소다. 

당시 건설업체 협력으로 지반공사에 참여했던 그는 생각보다 넓은 부지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지만 완공 후 경기를 관람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은 잊기 힘든 추억을 남겼다. 

박 대표는 “제철소나 공사현장 등에서 대형 설비들이 구동되고 건축되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지역 산업에 일조한 느낌이 들 때 보람차다”며 “화려한 일은 아니지만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장 인력 구하기 갈수록 힘들어

제철소 내 수리센터 설치됐으면

 

수면 아래서 조용하게 산업 현장을 지켜온 그도 최근에는 걱정이 많다. 청년들이 현장업무를 기피하면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팀을 구성하려면 막내가 50대 초반인 경우도 많다. 20대, 30대가 팀에 들어오는 경우를 ‘행운’이라고 부르는 지경에 이렀다. 

광양제철소는 국가기반산업이라 플랜트 건설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기 때문에 고령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중장비를 많이 다루다 보니 안전은 특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 아차하는 순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항상 보호장구 착용과 수칙을 지켜 작업할 것을 당부한다. 

다만 최근 중대재해특별법 확대와 함께 근무 시간 중 받는 교육이 많아지면서 작업 시간과 효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고민이다. 

박 대표의 조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제철소 내에 공기구 수리센터가 설립되는 것이다. 

현재 반입·반출 시스템이 다소 복잡한데다 정해진 자재 등만 반입이 가능해 추가적인 자제가 필요할 경우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철소 안에 검증된 수리센터가 생긴다면 원청, 건설사, 협력사, 용역사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을 고려하고 발전해 나가야 정비업계의 미래도 밝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박 대표는 “저는 뭐 할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라며 손을 내저으면서도 덤덤하게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칼바람, 기름때, 무더위와 25년 동안 묵묵하게 싸워온 이들이 있어 광양시라는 백조가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광양제철소, 광양항 등 광양시를 대표하는 산업시설들이 있지만 진짜 광양시민들의 삶의 이야기는 지금도 수면 아래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