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 금지 공문에도 ‘버젓이’ 판매
지역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 금지 공문에도 ‘버젓이’ 판매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4.08 08:30
  • 호수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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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대엔 10여종 수입과일, 국적도 다양
강제성 없는 공문 ‘요식행위’ 지적도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입 과일을 두고 농협중앙회가 매년 ‘판매 금지’ 공문을 발송하고 있지만 지역 내 일부 농협은 여전히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광양 지역 농협들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3곳을 둘러본 결과 매장 과일 판매대에는 바나나, 망고, 오렌지, 파인애플, 용과, 포도 등 1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국적의 과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농협중앙회와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월 ‘수입농산물 취급 기준 이행 철저’라는 공문을 연이어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째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농협 광양시지부 측은 수입농산물 판매 금지에 대한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라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광양시지부 관계자는 “공문을 받고 구두로 판매 중지를 요청하긴 했으나 판매 여부는 각 단위농협에서 결정한다”며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아 판매를 강제로 못하게 하거나 제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공문에는 농협 고유의 브랜드가치 하락 및 정체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육안으로 원형을 알아볼 수 있는 모든 수입 농산물 판매 불가 △수시 점검 및 점검 현황 공유 △적발 매장 긴급 점검 및 이력관리 모니터링 실시 등의 지침이 담겼다.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매년 초 반복적으로 발송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구두주의 정도에 그칠 뿐 실제 점검을 나서거나 모니터링 실적 등은 한 건도 없어 그저 ‘요식행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역 농협들은 수입농산물 판매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상품 다양화와 다문화로 인한 수입과일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수입 과일을 찾는 고객들을 농협 매장으로 유인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지역 농협은 ‘다문화가정을 위한’이라는 문구의 수입과일 매대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지역 다문화가정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칠레, 페루 등 중남미 과일이 진열돼있는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타 매장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산을 들여놓기도 했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다문화가정도 있지만 광양항을 이용하는 선박 근로자 중 외국 과일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 구색을 갖추기 위해 판매했다”며 “지난 4일 저녁 기준으로 수입농산물을 모두 판매 금지하고 타 국내 과일들로 매대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농협 관계자는 “오렌지나 바나나 등은 이미 국민들에게 대중 과일로 자리 잡고 있어 해당 과일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고객들도 많은 편”이라며 “농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점차적으로 판매 품목을 줄여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유영준 광양시농민회장은 “농협은 농민들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면서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농협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판매를 계속한다면 전국 농민연맹 등과 연대해 판매 금지를 촉구하는 집단행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강경 대응도 불사할 것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