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정 어긴 행정행위 결국 ‘세금손실’
법규정 어긴 행정행위 결국 ‘세금손실’
  • 최인철
  • 승인 2009.02.25 18:57
  • 호수 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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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3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인한 농지조성비 체납사례는 결국 총체적인 부실 행정의 단면을 보여줬다. 이로 인한 세금 손실은 10억 여원이 넘는다. 업무연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업 인허가와 조합 해산, 청산과정에서 나타난 행정의 모습은 전문성이 상실된 것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부실덩어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나가 일선 실무공직자가 독단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시정책임자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고 또 다시 애꿎은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이 떠 넘겨지는 감사결과가 도출됐다. 감사실은 다만 시정책임자에 대해 시행인가신청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의견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토지구획정리조합 사무처리규정 제10조를 위반하고 행정행위를 소홀히 했다고만 지적했다.

농지보전부담금제도는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사람들에게 농지 보전, 관리 조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납부하는 제도다. 농지조성비는 착공 전 100% 부과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사업자가 일시 납부가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는 100분의 30을 착공 전 선납하고 나머지 70%는 준공 이내에 전액 납부를 전제로 3년 3회에 걸쳐 납부할 수 있다.

체납액 징수 소극적 태도로 일관

지난 2001년 3월 조합설립인가 및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칠성3지구토지구획정리조합은 2002년 11월 30일 착공식을 갖고 공사를 시작, 지난 2007년까지 광양시 광양읍 칠성, 구산리 일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시행했다. 이에 따른 농지조성부담금은 34억 8천만원이다.

그러나 칠성3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은 11억 6천만원만 납부한 채 2006년 공사를 완료했다. 더나가 23억 8천여만원을 체납한 상태에서 전남도와 광양시가 준공승인을 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시는 전체액을 3등분으로 계산해 1회 11억6천만원을 납부토록 해 30/100 선납 후 3회 상환이라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0%의 농지전용부담금을 납부해야 착공이 가능토록 한 규정을 어기고 시는 공사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 이듬해 5월 13일 뒤늦게 부과결정을 내렸다. 또 기간 내에 납입하지 못한 경우 허가를 취소하고 관계 공사 및 조업의 중지 등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음에도 최종 납기일인 2004년 2월 28일까지 전액 미납된 상태였으나 채권확보 등 강력한 조치 대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풀어지지 않는 의문들

특히 농지조성비가 불거진 상황에서 완납했을 경우 이루어졌어야 할 체비지 매각승인이 요청 당일인  2005년 8월 30일 승인돼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이 뿐 아니다. 2006년 10월 12일 당초 (주)DS건설매각대금 64억원 가운데 조합에서 기 사용한 4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21억원 전액을 농지조성비로 납부해야 함에도 실무부서에서 조합장과의 면담 뒤 조합의 자진납부계획서만 믿고 11억원만을 납부토록 하고 9억 상당을 조합 운영비로 사용토록 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이 당시 조합 운영사항 확인결과 조합통장에 2억1천만원의 잔고가 있었으며 같은 해 10월 11일까지 체비지 매매잔금 10억원, 2007년 1월 6억6천만원, 같은 해 4월 8억1천만원의 잔고가 남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비로 들어간 9억원이 납부됐다 하더라도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란 추정에도 불구하고 조합 운영실태에 대한 확인 없이 조합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도 의문점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부실관리로 체납액 중 상당액이 결손액으로 남을 충분한 여지를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업무연찬의 미흡으로 조합해산과정과 청산과정에서 사실통보가 없어 체납액을 키웠고 현재까지 청산관계서류가 시로 인계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시는 이 같은 결과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 발 더나가 시 감사실은 관련 규정 등에도 불구 일반적으로 조합이 보유자본 없이 시작한다는 점을 들어 앞선 감사지적과는 달리 “조합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며 “이로 인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을 내놓았다. 또 결손액이 예상됨에도 담당공무원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고 법률상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징계조차 할 수 없다며 책임을 피해갔다.

관련 공무원들도 “결손액이 발생했지만 광양시의 재정이 낭비되는 일도 아닌데 이것을 문제 삼느냐”는 입장을 보여 왔다. 세금이 행정소홀로 누락되게 생겼지만 시 재정 손실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인식이다.

이를 두고 시의회는 “관련 공무원들의 정신상태가 말이 아니다. 손실 처리해도 광양시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A의원은 “실무 공무원의 책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고위직에서 지시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 아니냐”며 “감사원 감사청구는 물론 검찰고발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또 다른 의원도 “감사결과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하려는 시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회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검찰 고발이나 감사청구 등 의혹을 풀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실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박필순 의원은 “평소 감사의 해태가 이 같은 총체적 부실을 가져왔다”고 꼬집었고 정현완 의원도 “그동안 예방차원의 감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음에도 결국 안일한 일처리로 일관하다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