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뚝이 우리 선생님
배불뚝이 우리 선생님
  • 이 새 봄 (동광양중 2학년)
  • 승인 2009.05.14 13:45
  • 호수 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은 2학년이 되는 날이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조금 뒤에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젊고 예쁜 여자 선생님이나 멋있는 남자 선생님을 기대했건만, 앞문으로 들어오는 선생님은 배불뚝이에다 나이까지 50은 족히 넘어 보였다. 선생님은 내일 자리 배정을 해 주신다는 등 새 학년에 대한 안내를 해 주셨다.

  다음 날, 책상에 자리 배치도가 붙어 있었다. 내 짝꿍은 고명준이란 아이였다. 새 학기라 아이들을 잘 몰라 누군지 궁금했다. 그 때, 뒷문이 열리며 한 남자 아이와 엄마가 같이 들어왔다. 그 아이는 한 눈에 봐도 이상한 아이처럼 보였다. 풀린 눈과 맹한 얼굴, 그리고 떨리는 손은 어린 내가 보기엔 무서웠다.
  “어머니, 명준이 자리는 여기에요.”
  선생님이 내 옆자리를 가리켰다. 난 깜짝 놀랐다. 그런 아이가 내 짝꿍이었다니, 왠지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 엄마도 있는데 싫은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그 아이는 나를 보더니 ‘헤에’하고 웃었다. 난 그 모습이 보기 싫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최대한 의자를 책상 끝으로 당겨 떨어져 앉았다.
  난 집에 가서 엄마께 짝꿍을 바꿔 달라고 졸랐다.

  “명준이도 다른 아이와 똑같은 친구야. 이제 짝꿍 된지 하루 밖에 안됐는데 싫다고 짝꿍 바꿔달라고 하면 얼마나 상처를 받겠어? 이왕 짝꿍 된 김에 잘 지내봐. 너한테 잘해 줄지도 모르지.”
  명준이와 짝이 된 후로 학교 가기가 싫었다. 내 물건을 자기 것인 양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고, 수업하다 갑자기 일어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한다. 참다못한 나는 선생님께 짝을 바꿔 달라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괜찮아, 괜찮아. 조금만 더 있어봐. 명준이도 똑같은 친구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너마저도 명준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명준이를 받아주지 않아. 명준이의 병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병이란다. 네가 친구들에게 받는 사랑, 부모님께 받는 사랑을 조금만 명준이에게 나누어 주면 안 될까?”

  선생님은 나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셨다. 그 후로 나는 사랑이 부족한 아이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들은 단지 받는 사랑이 조금 부족할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신 우리 배불뚝이 이낙정 선생님, 선생님은 나에게 학교 공부 그 이상의 것을 가르쳐 주셨다. 내 인생의 스승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