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목
고 목
  • 박희순 전. 광양시청 회계과장
  • 승인 2009.07.01 22:47
  • 호수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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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처럼 가녀린 푸르른 몸매
바윗돌 갈아 토담집 짓고
사시사철 몸짓 키우고자 선잠을 잔다.

곱던 자태 모진 세월속에 꼭꼭 묻어두고
옹골찬 마디마디로 바람속 정담을 나누며
실타래같은 세상 속 만남과 이별.
씨줄과 날줄되어 긴 밤을 새워 베를 짠다

모진 삭풍에 무명적삼 속 파고드는 찬바람.
금새 내려앉은 함박눈이 움추린 온몸을 감싸안으면
저 멀리서 멧새가 종종 걸음으로 다가온다.

딱지딱지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굳은 살이 어느 덧 반 백년
섬진강 강바람에 새벽잠을 설치며 강줄기따라 흐르는 물
바닥이 들어나도록 쉬임없이 들이킨다

악어등짝 같은 인고의 삶 무게에 겨워
등골이 시리도록 봄날을 기다리며
온 몸 떨어 가지가지 피어오르는 울음꽃. 매화의 향연!
핏기 하나 없는 숯검뎅이 육신이 연신 가뿐 숨을 몰아쉬며
마음은 저만치 푸른 꿈으로 잉태되어 얼굴을 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