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무현의 ‘아주 작은 비석 하나’앞에
인간 노무현의 ‘아주 작은 비석 하나’앞에
  • 강석태 새삶교육문화연구원장
  • 승인 2009.07.16 08:58
  • 호수 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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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님,
님께서 새 세상을 향하여 부엉이 날개를 타고 독수리처럼 이 세상을 하직한지 벌써 49일이 넘었습니다. 사십구재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금생의 죽음과 내생의 생의 중간이 된 이 기간에 다음 생에 받을 연이 정해진다 해서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 의식이랍니다.

이 사람도 지관 스님의 말씀을 따라 님께 ‘죽음의 세계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다시 세상에 오셔서  하고 싶은 일을 뜻대로 하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제가 작년 이맘때 봉하 마을로  님을 뵈러 갔을 때 뒷산 잔디밭에서 님과 막걸리 잔을 나누면서 주고받은 일을 떠올립니다.
그 때에 저는 님께서 주신 술잔을 받고서 “대통령님, 주시는 이 술을 마시기 전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이 청을 들어주신다고 약속을 하시면 이 잔을 비우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청이 뭐냐고 물어서 저는 “꼭 한 번 더 대통령이 돼 주셔야 합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라고 말했죠.

함께 한 일행들이 박수로 제 제안에 동의를 표했습니다. 그랬더니 님은 넓적한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저더러 재수를 하란 겁니까?”라고 대꾸를 하셨죠.(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그때에 제가 드린 청은 진심이었습니다. 물론 님에게는 당치도 않은 생각이었겠지만, 그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은 결코 저 하나만이 아니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님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기를 한사코 멀리하고서 ‘국민이 대통령’이고 ‘국민이 대한민국’이라는 참된 나라를 이룩하고자 피땀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한 주먹 잘난 체 하고 스스로 고결하다고 우쭐대던 X들은 님의 등 뒤에서 ‘깜도 안 되는 형편없이 천박한  대통령’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님께서는 그따위 개소리는 아랑곳 하질 않고 꿋꿋하게 소신을 폈습니다. 그 소신은 일찍이 님이 국회의원 시절인 1988년 7월 첫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발언한 다음과 같은 소신에 여실히 나타났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입는 것, 먹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이룩하고자 온 몸으로 세상의 불의와 부정과 사악과 싸우다 몸을 던져 그 육신은 비록 한 줌의 재로 변했을지언정 님의 마음은 남아있는 우리 모두의 마음의 현 줄을 진동시켰습니다. 5백만이 넘는 씨알이 님의 마음을 헤아려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씨알들의 마음은 온 세상에 퍼질 것입니다.
노무현 님, 제가 새삼 이 글을 올림은 님의 생존시에 뵙고 말씀드렸던 대통령 재수하시란 부탁이 너무나 님의 포부를 모르고 했던 것임을 늦게나마 깨달아 사과를 드리려는 것입니다.

님의 큰 뜻, 곧 세상의 부귀나 영예 따위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서 한 사람의 참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님의 그 고결한 마음을 미쳐 저는 헤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님의 그릇은 한갓 대한민국의 대통령 따위를 담기엔 너무나 컸습니다. 님이 원하신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에 ‘대통령 노무현’이라 새겼지만, 저는 감히 말합니다.

노무현은 대통령 따위 칭호를 초월한 ‘참사람(진인)’의 반열에 든 영혼이라고. 예수님, 부처님이 칭호가 있습니까? ‘인간 노무현’ 또는 ‘노무현’은 이제 별이 되었습니다. 극락왕생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