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 대혼전, 경기마다 ‘살얼음판’
중위권 대혼전, 경기마다 ‘살얼음판’
  • 이성훈
  • 승인 2009.07.23 09:14
  • 호수 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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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로 상위권 도약 발판 마련…앞으로 3~4경기가 변수


“FA컵도 물 건너갔고, 이제 남은 것은 플레이오프 진출이다.”전남 드래곤즈가 배수진을 쳤다. 아니 이제 사활을 건 승부만이 있을 뿐이다. 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전남은 모든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 AFC컵 8강 진출, 리그 6강 진출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남은 무관의 제왕으로 전락했다. 올해 FA컵과 리그 6강 진출을 목표로 세운 전남은 또다시 한 마리 토끼를 놓쳤다.

지난 15일 수원과의 FA컵 8강전에서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3-0으로 완패했다. 최근 무승으로 침체에 빠졌던 전남으로서는 이날 패배가 충격 이상이었다.

전남은 지난 11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슈바를 선발에서 제외하는 등 수원과의 FA컵 경기를 대비했었다. FA컵이 단판승부다보니 리그전과는 달리 한 번에 힘을 쓸 수 있는 묘수를 준비했던 것.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남은 수원과의 경기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한 채 짐을 싸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전남은 올 시즌 FA컵 우승 목표는 물 건너갔다.

 부산 전, 꿀맛 같은 승
“이게 얼마만이냐”

 이제 남은 건 리그 6강 진출. 전남은 지난 18일 부산을 홈에 불러들여서 3-2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송정현이다. 송정현은 이날 1골 1도움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송정현은 전반 32분 오른쪽 측면에서 문 앞으로 절묘한 크로스를 올려 슈바의 헤딩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후반 26분에는 슈바의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달려들어 헤딩으로 직접 골문을 갈랐다.

송정현의 활약에 박항서 감독은 “송정현이 6개월간 공백 기간이 있지만 그동안 열심히 했고, 같이 오래 생활해왔기에 전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는 특히 최근 5경기에서 1무 4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전남이 단비 같은 승을 거둬 더욱더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친정으로 되돌아온 송정현의 활약에 전남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상위권 도약, 충분히 승산

 전남은 부산과의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일단 상위권 발판을 마련했다. 이천수 이적 파동으로 내홍을 겪었던 전남은 최근 승수를 쌓지 못해 안팎으로 불안한 행보를 보였으나, 부산과의 경기가 일단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앞으로 경기 일정을 살펴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 현재 승점 20점(5승5무5패)으로 7위를 달리고 있는 전남은 중위권인 성남, 제주, 울산 등이 승점 1~3점차로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자칫 또다시 연패에 빠진다면 전남은 올 시즌 또다시 무관의 제왕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반대로 전반기처럼 앞으로 서너 경기에서 연승한다면 상승세를 충분히 굳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전남은 남은 경기에 사활을 건다는 각오다. 박항서 감독은 “FA컵에서도 탈락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정규리그 뿐”이라며 “안정적인 수비진을 갖추고 이천수가 빠진 공격력 공백을 조직력으로 메우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남은 수비 안정을 위해 곽태휘의 복귀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순천에서 재활중인 곽태휘는 복귀가 조금씩 늦춰지고 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곽태휘를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자칫 무리하다가 그르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곽태휘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비수 정인환의 복귀가 임박하다는 점에서 전남은 그나마 수비진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인 수비수 알렉스도 최근 영입함에 따라 수비진에 좀 더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공격진도 그다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부산과의 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한동안 침체된 공격력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슈바와 웨슬리의 공격라인에 송정현도 힘을 보태고 있어 이천수의 공백을 빠르게 메워주고 있는 것이 전남으로서는 큰 힘이다.

 앞으로 서너 경기가 고비

 전남은 오는 25일 인천 원정 경기를 포함해 13경기가 남아있다. 이중 홈에서 7경기, 원정 6경기가 예정돼있다. 13경기 중 전남보다 성적이 좋은 팀과의 대결은 인천을 비롯한 6경기, 이하가 7경기이다. 후반기 일정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특히 앞으로 서너 경기가 전남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25일 5위인 인천 경기를 비롯해 강원(6위ㆍ8월 15일), 광주(3위ㆍ8월 22일), 수원(11위ㆍ8월 29일)을 맞이해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전남은 인천과의 경기가 끝나면 27일 태백으로 약 10일간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전남은 이번 전훈 기간 동안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각오로 후기리그를 맞이한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