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광양제철과 다윗 광양신문
골리앗 광양제철과 다윗 광양신문
  • 한관호
  • 승인 2009.09.17 08:49
  • 호수 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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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셋 군대와 이스라엘 간에 전쟁이 일어났다.
헌데 블레셋 군대에는 골리앗이라는 키가 3미터에 가까운 거인이 있어 이스라엘 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때 이스라엘군 중에서 용감하게 골리앗과 대적하겠다며 나선 이가 있었으니 그가 다윗이다. 다윗은 아직 스무 살을 넘지 않은 소년 목동이었는데 전쟁터에 나간 형들의 안부를 알아오라는 아버지의 지시로 이스라엘 군 진영에 와 있었다. 

큰 키에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창과 칼을 든 골리앗, 이에 반해 양을 치는데 사용하는 막대기와 돌멩이 몇 개 그리고 새총이 전부인 다윗. 사정이 이러니 어찌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이길 수 있으랴. 그러나 바야흐로 둘의 승부는 시작 됐고...
우리가 흔히 아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다.
약자가 강자에게 무모하게 대드는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 삼성과 맞서다 감옥까지 가야했던 이천전기 노동자 김성환, 최근에는 골목 슈퍼들이 지역 상권을 초토화 시키는 대기업 마트를 대상으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성경은 성경일 뿐 대부분의 역사나 현실은 늘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다.

광양에서도 골리앗과 다윗의 다툼이 일어났다.
광양신문은 최근 광양제철에 대한 기획기사를 5회에 걸쳐 내보냈다. 그러자 광양제철이 배너 광고와 구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광양제철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신문사에 광고를 주고 신문을 구독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타당하다. 고객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 신문이란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기업홍보 광고도 내리겠다는 건 소비자가 가진 당연한 권리 행사이니 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광양신문의 보도 내용이 어떤 것이기에 광양제철의 심기가 이리 불편한 것일까.
그동안 보도된 관련 기사들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문제의 보도는 광양시에서 내건 ‘우리 광양시 우리 포스코’ 란 슬로건처럼 ‘광양제철이 광양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우리 기업인가’란 의문에서 출발한 기획기사였다.

기사는 인구 8만에 불과한 광양을 인구 14만에 3천여 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을 확보한 국제철강도시로 발전시킨 주역은 다름 아닌 광양제철임을 강조하면서 출발한다.
또 체육, 문화, 교육, 지역협력 분야로 나눠 그동안 광양제철이 지역을 위해 펼쳐온 사업들을 세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단순한 재물 지원, 생색내기 지원이 아니라 20여년 눈부신 성장을 일궈 온 광양제철답게 보다 더 바람직한 사회참여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환경폐기물 매립장 침하로 침출수가 흘러나와 해역을 오염시킨 사례 등 환경문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광양제철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 기사들을 모두 읽고 든 생각은 광양제철이 광양시민들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참다운 기업으로 거듭나  그야말로 ‘우리 포스코’가 되어달라는 당부였다.   

신문 밥을 10여년 먹은 신문쟁이로 눈을 씻고 봐도 오보 또는 과장, 억측, 트집 잡기, 아니면 말고 식 황색저널리즘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신문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통상적으로 반론이나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언론사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에 재소하거나 그도 아니면 법에 호소하는 길이 있다.
하지만 광양제철은 그들도 흔히 알고 있을 이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광고와 구독을 중단하겠다고 나섰으니 역으로 보도에 하자가 없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SR 26000' 논의가 한창이다. 국제표준화기구에서 ISO 9000(품질관리), ISO 14000(환경경영)에 이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새로운 표준을 제정하려 준비하고 있다.
이 표준이 제정되면 노동조건을 지키지 않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자기 제품을 외국의 기업이나 외국 정부 등에 납품하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미 이 규범 준수를 공표하고 ‘포천’이 선정한 세계유수의 기업들은 납품협력업체에까지 ‘SR 26000’을 준비 하라고 통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세계 기류를 반영하듯이 광양제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이번 광양신문 보도는 결과론적으로 광양시민들이 자랑스레 여길 수 있는 ‘우리 광양제철’을 위해 한 수 애정 어린 훈수를 한 셈이다.
그럼에도 올해 3분기만 1조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포스코가 위세를 내세워 직원 9명과 연 매출이라야 불과 몇 억에 불과한 영세기업인 지역 언론을 광고와 구독 중단으로 압박하려 든 것은 치졸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참에 알아 두시라, 언론인은 자긍심 하나로 산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