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에게 이익 돌아오는 유통구조 개선 시급
농민에게 이익 돌아오는 유통구조 개선 시급
  • 박주식
  • 승인 2009.10.07 21:32
  • 호수 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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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지킴이 변평일 백운산친환경작목반장

옥룡면 운평리 상운마을. 양운(상운ㆍ하운)마을을 옛 문헌에는 굴물(堀勿)로 기록되어 전한다. 상운의 본래 이름 뿌리인 굴물은 산골짜기라는 의미로 백운산 산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이란 뜻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기 때문에 구름이나 안개가 자주 끼어서 운리(雲里)라고 하였는데 마을이 분리되면서 상운ㆍ하운으로 불렀다. 한편, 문헌상 쌍정촌지역은 지금은 삼정리 또는 삼정지라 하며, 한때 상운에 속한 자연마을로 쌍정에는 큰 정자나무가 두 그루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상운마을에서 6대째 터를 잡고 살며 친환경농업을 일구고 있는 변평일 백운산친환경작목반장. 샛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변 반장의 오늘은 군 제대 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산에 밤나무를 심으면서 부터다. 소나무 밭을 일궈 밤 산을 만든 변 반장은 이어 30년 전부턴 감나무를 심어 농장을 조성했고, 최근에 매실나무까지 심었다.

모두 4ha의 농장에서 친환경 감과 배, 매실을 생산하고 있는 변 반장은 “농장에 잔뼈, 굵은 뼈 다 묻혀있다”며 깊은 애정을 표명했다. 변 반장이 일반농업에서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이미 소비자의 친환경인증상품 선호가 시작된 데다 앞으로의 농업은 친환경농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과일은 소비자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가꿔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그의 친환경농업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다.

의지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친환경농업은 일반농업에 비해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았다. 우선 농약을 치지 않으니 충을 다 잡아낼 수가 없었다. 유화등과 포획기(성호르몬 유인)를 농장주변에 설치했지만 이것만으론 역부족이었다. 또 제초작업도 만만치가 않았다. 친환경 농업은 제초제를 사용할 수 없기에 매년 3~4차례 제초작업을 하는 것이 변 반장의 가장 큰 고역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는 농약과 비료 남용으로 죽어가던 땅을 살려냈고 튼튼한 나무에서 질 좋은 과실을 수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고생한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변 반장은 “같은 가격이면 친환경상품에 소비자의 손길이 먼저 가지만 아직도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미흡 한 것이 사실이다”며 “직접 농장을 찾아 친환경 농업을 체험한 소비자들은 비로소 친환경 농업과 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한다.

변 반장은 퇴비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퇴비를 사오지 않고 한우 20여두를 키우면서 생산되는 퇴비로 과수를 가꾸고 있는 것이다. 퇴비를 사오는 것보다 힘도 덜 들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일 뿐만 아니라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에 감 농사를 할 때 까진 축사를 유지하며 퇴비 생산을 계속 한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선대로부터 받은 농장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샛터농장에선 이미 수확이 끝난 밤은 5톤, 오는 20일경부터 수확에 들어갈 감은 작황이 좋아 30톤을 예상하고 있다. 밤은 이미 저온저장고에 보관을 완료했다. 노지 밤 판매가 끝나고 시세가 오르면 선별해서 서울 인천 등지로 출하하기 위해서다.

11월 15일 까지 수확을 끝내야하는 감은 일본 수출과 직거래, 학교급식, 서울의 공판장 등지로 판매가 이뤄진다. 진상과 다압, 옥룡 등의 감 친환경재배 농가들(29농가)이 모여 2006년 결성한 백운산친환경작목반은 5년 전부터 감을 일본으로 수출해 오고 있다. 지난해엔 22톤을 했고 올핸 30톤이 목표다.

변 반장은 “친환경이라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아 판로엔 걱정이 없다”며 “다만 내년 3월까지 저장고를 이용해 파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제 가격을 다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빛깔과 당도 높이기 위해 약을 사용하면 모양도 반질반질하고 당도도 높이기 쉽지만, 품과 노력이 곱절로 들어가는 친환경농업을 하다 보니 생산단가가 올라감에도 제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변 반장은 유통구조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내 물건 서울 가서 사먹으면 깜짝 놀란다”는 변 반장은 “몇 차례를 거치는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많이 올라 있지만 그 이익은 농민에게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농산물 가격은 생산자가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매사가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농민이 상품을 만들에 차에 실어 보내면 더 이상 내 농산물이 아니다”며 “시세가 낮은데 팔까요 말까요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어도, 한 번도 시세가 올라 좋은 가격을 받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 친환경농업의 생산단가는 올라가는데 시의 친환경 자재 지원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소식도 걱정이다. 더군다나 최근엔 농촌일손이 희망근로로 다 빠져나가 감을 딸 인력을 수급하는 것도 큰 문제다. 변 반장은 “친환경 농가에 대해선 예전처럼 자재지원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노령화에 일손까지 부족한 농촌 현실을 감안한다면 농로 개선도 지원을 확대해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많은 어려움이 함께하지만 친환경농업에 대한 자부심속에 앞으로도 농장을 계속 가꿔 간다는 것이 변 반장의 다짐이다. 두 아들이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지만 언젠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농장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그의 욕심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힘든 노동을 극복하며 친환경농업으로 먹거리의 안전을 지켜가는 변평일 백운산친환경작목반장의 샛터농장이 운평마을 친환경농업 1번지로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