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은 쌈짓돈?
국민 세금은 쌈짓돈?
  • 광양뉴스
  • 승인 2009.10.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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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정부 기관이 많은 대전에서도 날마다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요 며칠 사무실을 같이 쓰는 심규상, 장재완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국감장의 요모조모를 전해 듣는다. 기사로 쓰지 않는 뒷방 이야기에서부터 국회의원 개개인에 대한 잡스런 이야기까지 날 것으로 듣는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자들 푸념이 비슷하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지적과 죄송합니다만 반복될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두 기자가 전하는 공기업들의 후안무치한 사례들을 보자.  
국정감사 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는 공기업의 무책임과 부도덕 한 실상이다. 해마다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지적되지만 다음 국감 때면 또 어김없이 국민 세금을 쌈짓돈 마냥 흥청망청 쓰는 사례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드러난다.  

늘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지하철, 1억6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서울도시철도 사장이 기본급의 556%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타간 것으로 드러났다. 연봉 1억5400만 원을 받는 서울메트로 사장은 506%의 성과급을 받았다. 그러나 두 공사의 적자 규모는 전국 360여개 지방 공기업 가운데 1, 3위로 각각 2000억 원 대와 1000억 원 대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철도공사에는 특혜가 판친다.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주)이 운영하는 철도역 구내 매장 70곳을 본인 또는 친인척 명의로 수의계약 했다. 민자역사(주) 임원 89명 중 28명이 철도공사를 퇴직한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편의점, 자판기 운영자를 모집하면서 '추천란'을 두어 퇴직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어도 최근 4년간 성과급을 8000억 원이나 지급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감사의 성과급은 4000만원이었다. 부사장이 4600만원, 상임이사 보너스는 4300만원, 이사 대우 보너스도 1400만 원이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주인은 푸대접하면서 지들끼리 잔치도 허다하다. 농협의 경우 올해 불황 속에서도 직원 자녀 대학 학자금으로는 189억 원을 지원했다. 헌데 농협의 실제 주인인 농민의 자녀 대학 학자금으로는 고작 35억원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생색만 낸 것이다. 도로공사 또한 퇴직한 임직원들이 만든 업체에 편법까지 동원해 휴게소 운영권을 맡기는 특혜를 주었다. 휴게시설 26곳 가운데 17곳이 도공의 퇴직 임직원들이 만든 한도산업, 나머지는 유관단체인 '휴게시설 협회'가 운영하고 있단다.

문제는 이런 비리 행위가 적발돼도 하등 걱정이 없다.
수협은 2006년 25건, 2007년 29건, 올 상반기 19건 등 해마다 비리 행위가 늘고 있다. 헌데 계약해지를 빼고 면직은 단 한 건도 없다. 수자원공사도 피차일반이다. 지난 2005년부터 올 9월까지 비위행위자 98명을 적발했으나 해임이나 파면은 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경징계다. 특히, 최근 3년간 직무태만 등으로 6급 이상 임직원 47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해임이나 파면된 직원은 딱 2명이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아주 특이했다. 지난 3월, 허준영 사장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철도노조 간부와 조합원 322명을 고소, 고발했다. 그 내용이 사장 취임 반대 기자회견 관련 71명, 이사회 규탄대회 관련 20명, 작업규정 지키기 투쟁 관련 14명 등이다. 한 마디로 공사의 한 주체인 노조 길들이기 아닌가.  지난 13일, 엠비시 피디수첩은 한 해군 장교의 양신선언을 방송했다. 김영수 소령은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만성적인 수의계약으로 9억여 원의 국민혈세를 낭비했다고 내부고발 했다.

그는 관행을 고치려 했지만 오히려 근무 평점을 박하게 받고 다른 곳으로 전출 당했다고 한다. 왜 고난을 사서 하느냐는 질문에 ‘정의를 행함에 있어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는가 란 사관생도 훈령을 들며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 혈세로 흥청망청 하면서 최소한의 도덕성도 없는 공기업, 그 한편으로 바른 사회를 위해 고난의 길을 가는 한 군인, 우울한 시대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