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식업의 새 길을
한국 양식업의 새 길을
  • 한관호
  • 승인 2009.12.10 11:12
  • 호수 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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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지역신문 기자들(1) - 한산신문 김상현
지난 11월 25일 대전에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한 ‘지역신문컨프런스‘가 열렸다.
이날 대상은 대구에 있는 영남일보의 공익광고 켐페인에 돌아갔다. 그러나 전국에서 모인 지역 언론인들이 가장 주목한 신문은 한산신문이었다. 김상현 기자는 기획 취재한 ‘참다랑어, 500만원의 기적’으로 우수상에 이어 최고 인기상까지 받았다. 

통영이란 남도의 작은 시에서 일주일에 한번 나오는 타블로이드 판 한산신문, 그 작은 신문사의 한 기자가 쓴 기사가 고사 직전인 한국 수산양식업의 살길을 찾아냈다면 지나친 상찬일까.  통영시 경제의 근간은 3만여 어민, 그 중에서도 양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양식장 하나가 경남도 면적에 이르는 중국이 저임금 노동력과 대량생산으로 밀고 들어와 국내 횟집들의 수족관을 점령했다. 급기야 통영 수산업의 축이었던 가두리 양식업자들이 줄도산, 야반도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자신의 취재 처이자 독자들인 어민들, 그들의 몰락을 지켜보는 김 기자의 고민이 깊어졌다. 가격은 중국에 양식 기술은 일본에 뒤져있는 암울한 현실, 김 기자는 종자 개량과 우럭과 돔 위주인 양식업의 품종전환에서 단초를 찾아보기로 했다. 

‘바다 종자전쟁, 육종으로 승부하라’ 기획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먼저 어류 수입 현장을 취재했다. 외국산, 특히 중국 어류들이 국내 수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실태를 파헤쳤다. 국내 어류 양식업의 현실을 분석하고 그 분야에서 차별화로 앞서가는 양식업자들을 찾아내 소개했다. 한 마리 값이 우럭 스무 마리와 맞먹는 능성어 수정란을 인공 상태에서 첫 생산한 한일씨월드, 광어 치어보다 10배는 비싼 강도다리 치어를 보급하는 울진 대해수산 등이 지면을 탔다. 또 연구원이 ‘취재하러 온건 당신이 처음’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어류 종자 보관소로는 유일한 제주도 종 보존 연구센터를 취재, 어류 양식업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단면을 보여주었다. 우럭, 돔을 대신할 대안으로 어류 육종의 왕이라 일컫는 ‘참다랑어’에 주목했다. 참다랑어는 무엇보다 고부가 가치성이 높다. 우럭이 1kg당 7000-8000원인데 비해 참다랑어는 10만원을 넘는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참다랑어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 판로도 걱정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양식기술 문제다.

헌데 양식기술 중에 가장 어렵다는 참다랑어 양식기술을 보유한 곳은 전 세계에서 일본 긴키대학 한 곳 뿐이었다. 허나 긴키대학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 연구기관이나 언론의 방문을 철저히 통제해오고 있어 한국에 양식기술을 전수할리 만무했다. 정상욱 전 수협중앙회장이 6차례나 연구소 방문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던 터였다. 김 기자는 자신이 쌓아온 모든 인적 인프라를 동원했다. 그 연구소에 한국 국적의 연구원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를 통해 연구소 책임자들을 설득했다. 긴키대학 출신 교수진과 사업가들도 찾아내 동원했다.

마침내 정성이 통했음인가. 한산신문이 긴키대학 연구소의 육중한 문을 열었다. 수퍼감성돔 생산과정, 국내에서는 시도조차 되지 않은 복어 종묘 개량까지 한산신문에 보도됐다. 통영시장이 해양수산분야 공무원, 어류양식업 관계자들을 이끌고 연구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통영에 양식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통영시, 정부산하기관, 어민 등으로 참다랑어 테스크포스 팀을 꾸렸다.

드디어 욕지도 인성수산에서 국내 최초로 참다랑어 양식에 나섰다. 정부도 참다랑어 양식 사업에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자 제주도, 남해군 등지에서도 참다랑어 양식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상대학교는 한산신문 보도를 근거로 정부 지원을 요청, 기금 100억원을 받아 해양생물연구센터를 개소하게 됐다.
김 기자는 지난 5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 4차 RCE 세계총회에 참석, 자신이 취재, 보도한 기획기사를 기초로 ‘어류 양식으로 인한 자연산 어류의 종다양성 위기’를 발표했다. 그리고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종다양성 보존회의에 RCE 대표로 참석하게 됐다.

요즘 김 기자는 어느 때 보다 행복하다. 컨프런스 수상, 세계유수 행사에 나가서가 아니다. 독자들인 통영시민들로부터 고생했다는 인사를 자주 들어서다. 풀뿌리신문 기자, 그거 참 할 만하다며 그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