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 김경덕 보통 사람들에게 ‘가까운’ 기자
서귀포신문 김경덕 보통 사람들에게 ‘가까운’ 기자
  • 한관호
  • 승인 2009.12.31 09:59
  • 호수 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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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기자들(4)

서귀포신문 김경덕 기자에게 전화를 하면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보통 가요나 팝을 선호하는 데 웬 피아노 연주곡이냐고 물었다. 에픽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 라는 곡이란다. 필자의 무식함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또 물었다. 외국 사람이냐고, 무안하게도 우리나라 연주자란다. 제목이 감성적이라고 했더니 기자는 감성적이면 안 되는데 큰일이란다. 기자란, 머리는 냉동맥주처럼 냉철하게 가슴은 용광로처럼 뜨거워야 한다고 했다.  사실은 김 기자가 그랬다.
그가 쓴 기사들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절절이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권력에 대한 비판에는 추호의 망설임이 없다.   김 기자는 제주도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언론 관련 공부를 하는 이들은 대개 방송국이나 중앙일간지 기자를 희망한다. 헌데 수석으로 졸업한 이가 어찌 지역주간지를 선택했을까. 필자가 그에게 주목하게 된 동기다. 그 역시 학생 때는 소위 ‘언론 고시반’을 만들어 공부하며 일간지 기자를 꿈꿨다.
대학 졸업 무렵, 도서관에 코 박고 취업 준비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을 섭렵하다 운명처럼 서귀포신문을 만났다. 2008년 2월, 모든 신문의 1면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으로 도배를 했다. 그런데 서귀포신문 1면은 서귀포시 토평동 쓰레기매립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과 행정의 갈등을 다룬 기사였다. 그때까지 뇌리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사안의 경중’이 재조정 되더란다. 100년, 200년 뒤 지금 시대를 조명 할 때, 너도 나도 다룬 ‘대통령 기사’ 보다 ‘토평동 쓰레기 매립장 갈등’이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여전히 소홀한 시대에 보통 사람들을 기록하는 기자가 되기로 했다. 그 길로 서귀포신문을 찾아갔다. 서귀포신문은 냉큼 굴러들어온 복을 받았다. 올해로 기자 생활 3년차, 도청을 출입하고 있다. 그에게 대학과 언론현장의 차이점을 물었다. 기자들의 윤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단다. 공공연한 술 접대와 촌지, 해외공짜 취재 등은 기자가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고 배웠다.

헌데 시나브로 눈에 보이는 부패한 현장들, 그는 심히 불쾌하고 자긍심이 상했다. 그런 일을 거부할라치면 일간지 선배 기자들은 ‘적당히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궁색한 논리로 타일렀다. 그렇다고 기자가 해서는 안 될 일 따위를 모를 그가 아니다.  

전의를 불태우며 시작한 풀뿌리신문 기자,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되는 일간지  기자에 비해 지역신문 기자는 취재와 기사작성은 물론 기사 편집, 사진 기술, 구독자 확장 능력까지 갖춰야 하더란다. 그처럼 중노동에다 열악한 임금, 그러나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길 잘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평생 신문에 이름 석자 나오기 어려운 사람들, 그 보통 사람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는 일이 신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부고 소식이 들리면 장례식장을 기웃 그렸다.

유족들에게 고인의 고향, 가족관계, 취미, 직업 등을 물어 ‘당신을 기억 합니다’ 란 코너에 소개했다. 하지만 처음엔 상을 당했는데 무슨 취재냐며 욕을 듣거나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평범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일지라도 그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전환하면서 서귀포시는 자치권이 없는 시로 변해버렸다. 그는 이로 인해 지역 균형 발전과 주민 권익이 퇴행되고 있다고 본다. 시민이 주인인 사회를 모토로 주민 참여 제도, 대의 민주주의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깊게 다뤄 볼 계획이다.  
권력을 비판하고 주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 때문에 주민 권익에 눈을 감는 기자들. 하지만 누군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그렇게 보통 사람들에게 가까운 기자, 그가 꿈꾸는 기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