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기자이고 싶다
사람 냄새 나는 기자이고 싶다
  • 한관호
  • 승인 2010.01.07 10:29
  • 호수 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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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기자들(5) - 당진시대 우현선

새해다.
지난해는 궂은 일이 너무나 많았다. 나쁜 일은 가능한 한 빨리 잊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인가. 아침 마다 떠오르는 해가 새해 첫날이라고 별반 다를 것도 없지만 습관처럼 해맞이에 나선다. 올해는 나쁜 일 보다 좋은 일이 더 많게 해달라고. 그렇게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픈 바람 일게다.
풀뿌리 언론사들을 방문하거나 기자 교육을 나가면 괜스레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이들이 있다. 당진시대, 우현선 기자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늘 생글 그린다. 저렇게 헤벌쭉 해서야 어디 기자생활 하겠는가 싶을 정도다.
때로는 모질게 일상으로 만나는 이들조차 상처를 주기도 하는 기자, 헌데 당진시대에 담기는 우 기자의 기사는 치열한 기자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당진 출신이 아니다.
청주에서 태어나 대전, 공주 등지에서 살며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왔다.
지역 언론의 대부라 불리는 장호순 교수의 제자다. 문예창작 프로그램을 전공하며 일간지
기자를 꿈 꿨다. 그러다 장 교수의 권유로 우연히 지역 언론인 모임에 참석하면서 생소했던 지역주간지에 눈을 떴다.
왜 기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함 없이 불확실 했던 언론관, 그는 실전경험을 쌓는 다는 기분으로 당진시대에 입사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주간지냐, 일간지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신문사의 논조가 기자의 자긍심을 좌우한다. 대학 졸업식 날 졸업장만 받고 돌아와 취재 현장으로 뛰어나갔다. 조선일보에 들어갔다 한들 지금처럼 신명나게 기자를 할 수 있으랴. 우 기자 생각이다. 
그를 생동시키는 힘은 무얼까.  
기사에 대한 반응을 느낄 때 인 것 같아요. 힘들게 취재하고 진심으로 쓴 기사가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때로는 제도가 개선되고 사회 일부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 있다.
일간지 기자와 달리 독자와의 소통이 활발하다. 아침 일찍 신문이 오지 않았다는 독자들의 전화,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 해둔 군청 직원의 파일, 일요일 아침 군수가 신문을 빨리 봐야겠다는 소리에 신문사 쓰레기통을 뒤졌다는 군수 수행비서의 이야기, 여든 되는 할아버지가 돋보기를 끼고 당진시대 읽는 게 낙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이런 게 지역신문 기자가 누릴 수 있는 복이란다. 
기자들은 유난한 기억 하나쯤 가지고 있다.
그는 인근지역 가볼만 한 곳을 소개한 ‘오서산’ 편을 꼽는다. 홍성에 있는 문학관을 취재하러 갔는데 이미 한 주 전에 동료 기자가 취재를 다녀갔더란다. 이왕 홍성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고, 해서 오서산 갈대밭을 취재하러 나섰다.
 헌데 몸에 딱 붙는 스키니 진에 가죽 자켓, 게다가 하이힐을 신은 터라 산행 불가능. 산 아래서 사진 찍고, 등산객 몇 명 인터뷰하면 기사는 대충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골 장으로가 달려가 만원 주고 운동화를 샀다. 악산인 오서산, 추운 날씨, 악전고투하며 오서산에 올라 갈대밭을 앵글에 제대로 담았다.
그 개고생 끝에 남은 건 기사가 재미있다는 독자들의 격려, 그리고 몸살. 기자에게 현장 취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취재 방식에 따라 기사가 달라진다는 걸 그때 몸으로 배웠다. 
한번은 지인들을 상대로 수 십 억 원을 사기 친 사건을 취재했다. 지역에서도 이름이 꽤 알려진 피의자가 전화를 해 1시간여 온갖 욕설과 협박을 퍼부었다.
겨우 수습 딱지를 뗐던 무렵이라 두려움에 한참을 울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기자로 단련됐다.     
그는 사람 냄새나는 기자, 냉철하지만 가슴 따뜻한 기자를 꿈꾼다. 늘 제보가 끊이지 않는 기자, 세상이나 지역을 바꾸겠다는 거창함 보다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당진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