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과 교류 국제화의 첫 발
한국사람과 교류 국제화의 첫 발
  • 박주식
  • 승인 2010.03.04 09:21
  • 호수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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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기리는 일본인, 2500㎞ 도보 순례 ‘눈길’

올해로 91돌을 맞는 삼일절.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한국까지 도보순례에 나선 50대 일본인이 우리지역을 걷는 행사를 벌여 화제다.

주인공은 일본인 데라시타 다케시(57)씨. 그는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기 위해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까지 2500㎞를 걷고 있는 중으로 1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압 신원리~광양읍 덕례리 구간을 걸었다. 이날 도보행사엔 우리지역 생협 회원들이 함께 걸으며 그의 방문을 환영하는 한편, 안중근 의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격려했다. 

데라시타 다케시는 일본생활협동조합에 30년 간 근무했으며,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식에 참가하기 위해 최근 퇴직 후 3개월간의 도보여행에 뛰어들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20살 무렵 고바야시 마사루의 ‘쪽바리’와 이회성의 ‘또 다시 이 길에’를 읽고 한·일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일본 생협에서 평화 활동을 하면서 한국과의 교류를 통해 일본의 조선 식민통치, 독립운동 탄압, 종군위안부 문제 등 한반도의 가슴 아픈 역사적 현실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올해는 한일합방 100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으로 진정한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실현시키기 위해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안 의사의 평화 의지를 몸으로 실천코자 국경을 넘는 수천㎞의 힘든 도보여행을 선택하게 됐다.

데라시타 다케시 씨는 “안중근은 결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안 의사는 한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쏜 것이지, 개인적 원한으로 사살한 게 아니다”며 “이토 히로부미를 침략의 원흉, 안중근을 의사로 부르는 한국인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국제화는 이웃 나라와 우호관계를 쌓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나에게 있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피해 갈 수 없는 국제화의 첫 발”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추도하는 미야기현에서 서울까지의 ‘세계평화기원’ 도보여행이 자신의 ‘국제화’에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며 “이번 여행 후에도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과 일본열도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긍지를 나누는 날까지 국제화 여행은 계속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도보여행에 함께한 김진영 광양생협 사무국장은 “안중근 의사를 기리기 위해 데라시타 씨가 10㎏이 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 평균 30㎞ 이상의 고된 행군을 이겨내고 있다”며 “그의 작은 발걸음들은 한ㆍ일 생협 간 힘을 나누고 안 의사의 평화정신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