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은 우정…가족보다 끈끈해요”
“반세기 넘은 우정…가족보다 끈끈해요”
  • 이성훈
  • 승인 2010.12.13 09:25
  • 호수 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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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게 친목 모임 갖고 있는 ‘지우회’

“다들 잘 살았는가? 영일아 반갑다. 평로야 먼데서 온다고 고생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21명의 어르신들이 금요일인 지난 10일 광양읍 조선옥에서 모였다.

검은 머리보다는 흰머리가 훨씬 많고 주름도 가득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이고 즐겁기만 하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바로 이름을 부르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우정을 확인한다. 이들은 바로 서초교 39회ㆍ광양중 9회 졸업생들이 만든 모임인 ‘지우회’(知友會ㆍ회장 손영구)다.

지난 1959년에 첫 모임을 가졌으니 지우회가 탄생한지 어느새 50년이 넘었다. 스무살 파릇파릇한 청년 시절에 첫 모임을 가진 회원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72세 어르신들이 되었다.

지우회는 매년 봄. 가을에 한차례 모임을 가지는데 놀라운 것은 반세기가 지난 동안 단 한해도 안모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우회의 이번 모임은 103번째이며 지난해에는 100번째 모임 기념으로 회원들이 전국일주를 다녀오기도 했다. 봄에는 보통 나들이를 많이 하며 가을에는 서로가 모여 친목 모임을 가진다. 한때는 부부 동반도 했지만 지금은 순수하게 동창들만 모인다.  
  
지우회는 원래 위친계(爲親契 : 부모가 초상 등을 당했을 때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 조직하는 계)로 시작했으며 회원 수는 33명이었다. 이후 친목회로 성격이 바뀌었고 일부 회원은 타계해 현재는 26명의 회원이 전국 각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회원 중 절반 정도는 광양에 살고 절반은 서울, 부산, 광주 등 외지에서 생활하는데 모임이 있을 때면 절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손영구 회장은 “회원들이 50년 넘게 모이다 보니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훤히 알 정도로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가깝게 지낸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해마다 두 번씩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집안 대소사는 없는지 근황을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식 모임 외에도 회원들은 수시로 연락하며 서로를 일일이 챙긴다. 손 회장은 “모임이 오래되다 보니 유대 관계도 좋고 학교 선후배들로부터 부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모임이 있을 때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친구들이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지우회원들의 소망은 단 한 가지. 바로 ‘회원들의 건강’이다. 이웅배 총무는 “친구들이 어느새 70이 넘어 할아버지가 되었다”며 “반세기를 함께 했던 소중한 친구들이 늘 건강해 해마다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영구 회장은 “우리 모임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모임을 할 때까지 우정을 이어갈 것”이라며 “회원들이 올 한해 마무리 잘하고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