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자연재해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자연재해
  • 광양뉴스
  • 승인 2011.03.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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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덮치는 화면을 처음 봤을 때, 어리둥절했다. 사실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장면들, 사람과 문명사회를 순식간에 휩쓸어가는 현장은 영화보다 긴박했다. 생생한 화면들은 사람들에게 공포와 함께 체념까지 안겨주었다.
지진과 해일이 휩쓴 일본 사회의 재난 대비 자세와 무표정한 시민의 침착성에 대한 찬사도 잠시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충격으로 이어진다. 핵 공포감은 ‘안전 신화’를 가졌다는 일본을 침몰시키며 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되었다.

모든 자연재해에 안전하다니
원자력발전을 그만둔 나라들이 많은데, 일본과 우리나라는 원자력 산업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친다. 해일에 따른 정전으로 원자로가 폭발한 후쿠시마 사태를 보며,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는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 쓰나미 등의 모든 자연재해에 대비 안전’하다고 광고한다. 안전하니까 정부의 원전 정책은 바꾸지 않겠다고 대통령도 나선다.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 강도 6.5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데, 그 정도의 지진이 일어난 적은 없었는가.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경주에 일어난 지진은 6.5정도, 조선 숙종 7년(1681년) 양양에서 일어난 지진은 7.5 정도로 추정한다. 이렇게 강한 지진과 2천 건이 넘는 지진 기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더구나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기상이변은 언제 무슨 재해를 몰고 올지 모른다. 우리 지역을 통과한 02년 태풍 루사의 경험을 돌이켜 보자. 해마다 여름이면 발생하는 태풍이지만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어 닥칠 때 무슨 대비를 할 수 있었던가. 이번 일본의 경우까지 살펴보면 예외 없는 자연재해에 안전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

일본은 재난 대응력이 치밀하게 조직되고 시민의식이 매우 높은 나라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서는 갈팡질팡하며 미숙함을 보였다. 그런데 재난 대비 훈련도 미흡하고, 질서의식도 낮은 우리나라에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을 가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만전의 대비와 성찰하는 자세
지난해 구제역 발생에 대처한 정부의 태도는 한 마디로 낙제점이다. 초겨울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는 4월에 발생한 강화도 구제역과 유사하다는 결론이었지만, 정부는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안동의 농민 때문이라고 둘러씌웠다. 초동 대응의 때도 놓치고 방향도 엉뚱하여 사회재난을 증폭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수백만 마리를 마구 생매장하여 2차 오염까지 발생시키며, 아시아 최대의 축산 재앙 국가로 전락했다.
1차 산업을 무시하고 농축산업에 무능력한 대통령이 맞이한 재앙이다. 2000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방역 당국과 군이 합동으로 초동 대처를 하도록 지시하여 2200마리만 살처분하고 가볍게 넘어갔다. 구제역이 대재앙으로 확산되도록 방치한 현 정부는 재난 방지와 국민의 삶의 질에는 관심이 낮고, 오히려 재난이 염려되는 4대강 사업에 몰두하며 생태계 파괴에 앞장이다. 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가 너무 많다.

우리 지역도 돌이켜 보면, 광양제철 동호안의 지정폐기물처리장이 붕괴되어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는 현실이어서 할 말이 없다. 애초 지정폐기물처리장을 강요한 환경부에서는 지진에도 끄떡없는 시설을 한다고 했으나 관리 부실로 인공재해를 낸 것이다. 나아가 수어댐을 비롯한 수많은 인공 시설물이 우리 평생뿐만 아니라 후손에게도 안전할 것인가.
일본의 해일과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사람의 상상력으로 예측하지 못할 재난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려준다. 모든 것이 안전하다는 거짓말 보다는 모든 것을 다시금 살펴보겠다는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연재해는 예외가 없고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위험사회에 던져진 우리네 삶의 방식을 새롭게 하고, 재난 대비에 만전을 기울이는 정책을 촉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