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행복하다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행복하다
  • 광양뉴스
  • 승인 2011.07.29 21:09
  • 호수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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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배 광양경찰서 중마파출소 팀장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명체 중 인간처럼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존재가 있을까. 눈에 보이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쉽사리 낫지도 잊히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묵고 깊어진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사람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며 울분을 토한다. 사랑했던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람은 “다신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이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건 어떨까?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건 어떨까? 그런데 이런 방법들은 안타깝게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비싼 물건을 사도 마음의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지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만이 고칠 수 있다. 연인을 잃은 사람은 새로운 연인을 만났을 때 다시 행복해진다. 배신을 당한 사람은 의리를 지키는 진정한 친구를 만났을 때 다시 회복된다. 말로 상처받은 사람은 상대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을 때 비로소 마음이 풀린다.

혼자 산속에 들어가 살면 사람으로 인한 마음고생 없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직접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만 지나면 사람이 미친 듯이 그리워진다. 결국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서 산을 다시 내려오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 때문에 마음고생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가 행복, 사랑, 기쁨, 고마움, 자랑스러움 등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 때는 나 자신 때문이 아닌 오히려 내 주위 사람들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공부를 못해 속 썩이는 딸이지만 “아빠, 미안하고 사랑해요”라는 딸의 휴대폰 문자를 받으면 한순간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자존심 긁는 잔소리로 곧잘 마음 상하게 만드는 아내지만 “당신 좋아하는 매운탕 끓여 놨어”라는 전화 한 통 받으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맞벌이 부부인데도 가사에 손가락 까딱 않는 남편 때문에 속상하지만, 나 몰래 친정 부모님에게 용돈 드린 걸 알고 나면 눈물나게 고맙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만을 보지 말자. 그 사람들 때문에 당신이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함에 눈을 돌리자. 평생 살면서 기쁨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는 드물다. 심지어 가족이지만 때로는 부모, 형제, 자녀 때문에 억장이 무너질 만큼 화가 나고 원망스러운 순간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 보자. 비록 순간순간 억울함, 미움 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내가 힘들 때 안쓰러운 눈길로 나를 걱정해 준 사람,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내 앞에 놓아주며 “많이 먹으라” 다독여준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사람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 때 비로소 행복하다. 이것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살아가는 진짜 행복한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