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터널 신비속, 남해 풍경이 ‘한눈에’
해저터널 신비속, 남해 풍경이 ‘한눈에’
  • 이성훈
  • 승인 2011.09.26 09:31
  • 호수 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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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거제 130분 쭭 50분 획기적 단축

‘꿈의 바닷길’ 거가대교
연간 물류 절감효과 4천억원

경남 거제시와 부산 가덕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는 ‘꿈의 바닷길’로 불린다. 거가대교는 사업비 2조 2345억을 들여 2004년 12월에 착공해 지난해 12월 13일 개통했다. 거가대교는 부산 가덕도와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길이 8.2㎞, 왕복 4차로로 준공됐으며 가덕도에서 대죽도까지(3.7㎞)는 침매터널인 가덕해저터널로, 중죽도↔저도↔거제 장목의 4.5㎞ 구간에는 2개의 사장교와 접속교, 육상터널로 연결했다.

거가대교는 아름다운 남해 풍경과 어우러지는 다이아몬드형의 수려한 사장교 뿐 아니라 가덕 해저터널 건설 때 세계 최장 길이(180m)의 단일 함체 연결, 세계 최초의 외해 건설, 세계 최대 수심(48m) 건설, 함체 연결 때 공기주입 기법 국제특허 등 최신 기술과 공법으로 만들어 졌다.


원래 부산에서 거제를 가려면 진해~창원~마산~고성~통영을 거쳐 140km를 달려야 했다. 하지만 거가대로를 이용하면 60km면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통행시간도 종전 130분에서 50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GK해상도로(주)측은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교통수요에 대한 통행요금 및 시간비용, 물류비용을 고려하면 연간 4천억원 이상 물류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조사했다. 이와 함께 부산~거제~여수~목포 등을 연결하는 남해안 관광 인프라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거가대교의 상징은 무엇보다도 바닷길로 연결된 ‘침매터널’이다. 원래 이름이 ‘가덕해저터널’인 거가대교 침매터널 구간은 길이 180m, 폭 26.5m, 높이 9.97m짜리 침매 함체 18개로 이뤄져 있다. 침매터널 공법은 육상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침매 함체)을 부력을 이용해 운반한 뒤 물속에 빠뜨려 ‘지나 조인트’라는 특수 접합 기구를 이용해 연결한 것이다.

터널의 전체 길이는 3.7km로 전 세계의 침매터널 가운데 가장 길며 최대 수심은 48m로 전 세계 침매터널 가운데 가장 깊은 곳에 시공됐다. 침매터널은 일반 터널(1.33m)보다 4배 두께 이상의 콘크리트로 외벽을 감싼 데다, 지나 조인트와 유사시 작동하는 오메가 조인트가 접합돼 있어 설계수명이 100년에 이른다.

거가대교 개통 후
거제는 관광객 늘고
부산은 백화점·병원 ‘쏠쏠’

거가대교가 개통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거제시와 부산시는 거가대교에 따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거제시는 관광객 증가, 부산시는 백화점, 병원 등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관광지인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옥포대첩기념공원, 포로수용소 등의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21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산에서 거제로 오는 길목인 장목면에 있는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의 경우 지난해 1분기 관광객은 1만5191명이었는데 올해는 34만4137명이 찾아 무려 21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옥포대첩기념공원은 300%, 포로수용소는 187%, 청마기념관은 40%, 조선해양문화관은 39%씩 방문객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에서는 원도심인 중구 광복동과 남포동의 경기 활성화에 거가대로가 기여하고 있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 이 지역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남포동 해수욕장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거가대교 개통 이후 휴가철을 맞아 이곳 주변에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며 “지역 상권이 되살아나 대교 효과를 쏠쏠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롯데백화점이 부산지역 자사 점포고객을 분석한 결과 거가대로 개통 이후 최근 6개월 동안 부산본점ㆍ광복점ㆍ동래점ㆍ센텀시티점 등 4개 지점을 찾은 거제ㆍ통영지역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4%(6100여명), 구매금액은 50억원이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6개월간 거제지역 고객은 1만 1800여명으로 통영지역 고객 5100여명의 두 배를 기록했다.

진료를 위해 부산을 찾는 거제와 통영지역 환자도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2~4월 부산대학병원에 등록된 거제와 통영지역 외래환자는 거제가 4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늘었고 통영은 71명으로 16% 늘었다.

변광룡 거제신문 편집국장은 “거가대교 개통 이후 부산 지역 교육과 병원 등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변 편집국장은 “인구 23만인 거제시와 360만명의 부산시는 경제규모 자체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며 “도시 인프라를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변 국장은 “부산 지역 백화점에서 거가대교를 타고 쇼핑하러 오는 고객이 늘었다는 홍보를 하고 있다”면서 “교육, 병원, 백화점 등에서는 부산 쪽이 조금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거제시
“소비패턴 원래로 되돌아 올 것”

거제시는 지금 거가대교 개통이후 반짝 호황을 누리던 음식점의 특수가 사라지고 부산으로 빠져나가던 쇼핑행렬도 점차 줄어들어 원래 소비패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제시가 거가대교 개통 6개월에 맞춰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교 개통 후 관광객은 2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거제를 찾은 관광객은 361만34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8만903명에 비해 203%가 증가했다. 개통 6개월을 넘긴 거가대교 통행량은 개통초기보다 절반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으로 가기위해 대교를 이용한 차량은 1328대로 금요일이 가장 많았고 일요일은 개통초기 1472대에서 562대로 줄어들었다.<표 1 참조>

금요일 부산으로 향하는 차량이 많은 이유는 주말부부와 쇼핑, 문화수요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과 삼성조선을 출퇴근 하는 조선근로자의 수는 (차량기준 대우 517대, 삼성 579대) 1200여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거제시는 “토요일 부산방향 일평균 차량과 일요일 일평균 차량이 2월에 비해 현저히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쇼핑, 문화수요라기보다 주말 생활권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우려했던 경제적(쇼핑, 문화)빨대효과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점차 원래의 소비패턴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거가대교 개통 전후 거제시 인구 전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거제에서 부산으로 옮긴 전출자 수는 187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부산에서 거제로 옮긴 인구는 2374명으로 거제 전입자가 495명이 많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인 2010년 12월 14일부터 2011년 6월 30일까지 거제에서 부산으로 전출한 인구는 2040명이며 부산에서 거제로 전입한 인구는 2297명으로 257명으로 전입자수가 다소 줄었다. <표2 참조>

이에 대해 차정명 거제시청 기획예산담당관실 기획담당 주무관은 “총 전출은 거가대교 개통 이후 감소한 반면, 부산 전출은 8.5% 증가, 부산에서 거제로의 전입은 3.3%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 주무관은 “12.5%의 높은 전입비율을 감안한다면 빨대효과는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주차난, 부익부빈익빈 과제

거가대교 개통 6개월이 지난 지금 거제시가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거제지역 유통업체와 식당, 유흥업소 등에 기존의 손님들이 부산으로 빠져나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장승포 지역 업소 대부분의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반면 고현, 장평, 상동, 옥포동의 업소는 대체적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거가대교 개통 이후 4월까지 특수가 있었으나 이후 매출이 급감해 양 지역이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흥업소 역시 조선경기 위축과 거가대교 개통으로 부산소재 업소를 이용하는 바람에 매출 하락폭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거제에 몰려드는 승용차와 관광버스 탓에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시내는 물론 관광지 일대가 심각한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거제시가 풀어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