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시민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15만 시민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 광양뉴스
  • 승인 2011.11.14 09:21
  • 호수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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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우 광양시 총무국장

11월 9일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날인가 봅니다. 1989년 이날에는 동독 공산당 정치국원인 권터 샤보프스키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베를린장벽을 포함한 동독의 모든 국경을 전면 개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철의 장막이었던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입니다.

1991년 이날에는 그토록 아름다운 샹송 ‘고엽’을 불렀던 이브 몽탕(Yves Montand)이 생을 마감했으며, 1967년에는 록 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잡지인 롤링스톤의 창간호가 발매되었고, 1818년에는 러시아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가 탄생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878년 11월 9일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이, 1899년에는 아동문학가 방정환 선생이 태어났습니다. 서정주 시인이 대대손손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 ‘국화 옆에서’를 경향신문에 발표한 것도 1947년 이날입니다.

그리고 2011년 11월 9일…. 이날은 우리 시에 있어서도 매우 뜻 깊은 날입니다. 광양시의 인구가 드디어 15만 명이라는 험난한 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11월 9일 현재 15만50명! 지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인구 15만 명’을 마치 노래처럼 부르다시피 했던 광양의 염원이 비로소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날은 저 개인적으로도 정년퇴직을 겨우 몇 개월 남겨둘 만큼 장구한 공직생활 중에서 최고의 감격을 안겨다준 날이자, 좀처럼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는 제가 한 움큼의 눈물을 흘리고만 날이기도 합니다.

외할머니 생일에 간 엄마를 며칠 만에 만난 막내아이가 흘리는 그렁그렁한 눈물의 의미에 견줄까요? 아니면 그렇게 애태우던 아들 녀석이 내로라하는 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한 엄마의 감격에 비하면 될까요? 이 벅찬 감동을 어떻게 토해낼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일 모레 12월이면 한평생을 묻어온 시청을 뒤로 하며 사회 적응훈련을 떠나는 노장 선배의 마지막 열정을 외면하지 않고, 병아리 공무원에서부터 부서장에 이르기까지 본연의 바쁜 업무 속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준 후배님들, 참으로 고맙습니다.

또한 지역이 살아야 기업이 산다며 15만 인구 늘리기에 적극 동참해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협력업체를 비롯한 크고 작은 기업체들, 절체절명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준 시민ㆍ사회단체, 뒤에서 큰 힘이 되어준 유관기관과 초ㆍ중ㆍ고ㆍ대학교,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준 지역 언론사들…, 정말 감사합니다. 

기업에 의존도가 높아 불안정안 재정운영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시로서는 인구 증가가 최선의 대안이었습니다. 최선의 대안을 놓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해결책이 우리 시에 살면서도 광양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은 시민의 전입을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후세를 위한 더 먼 미래, 더 큰 광양을 내다보는 지역 통합에 따른 의지도 들어있습니다. 우리 시는 과거 도농통합 과정에서 많은 아픔과 갈등을 겪었습니다. 최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다른 도시들의 통합 과정을 지켜보면서 모든 일은 공감대에서 출발한다는 진리를 또 다시 느끼게 됩니다.

사실 그동안 인구 늘리기를 추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부 공무원들은 “설마 그렇게 될까?”와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하며 반신반의했습니다. 시책으로 추진하다보니 적지 않은 오해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 사고가 긍정으로 바뀌면서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후배 공무원들에게 15만 명을 향한 목표를 제시하며 하소연한 것은 어디까지나 노익장의 마지막 열정에서 비롯된 동기부여였으며 선언적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가다가 못 간다고 해서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도, 그 어떤 불이익을 주는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자, 시민 15만 명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광양의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경쟁력에 돛을 달게 되었습니다. 남해안의 중심도시로 힘껏 발돋움했습니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30만 자족도시로의 거리도 한층 더 가까워졌습니다.

인구 15만 명 시대의 주공인공은 바로 시민 여러분입니다. 시민 한 분 한 분 모두가 이 벅찬 새 날의 주인공인 것입니다. 이제 저마다 피아노가 되고, 바이올린이 되고, 드럼이 되어 밝고 맑은 하모니로 아름다운 광양시를 연주해 나갑시다. 

우리 공직자 모두도 더 새로워진 마음가짐, 더 나은 행정서비스로 인구 15만 명의 문턱을 함께 넘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보답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