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사업도 빠듯한데…통합 논의 할 때 아니다”
“현안 사업도 빠듯한데…통합 논의 할 때 아니다”
  • 이성훈
  • 승인 2011.11.14 09:34
  • 호수 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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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열기 식은 동부권, 여론도 ‘잠잠’…지자체 마다 ‘쉬쉬’

글 싣는 순서
1. 광양만권 통합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2. 지역사례탐방① 삼려 통합 14년, 여수시의 현주소는?    
3. 지역사례탐방② 순천시ㆍ 고흥군, 통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4. 지역사례탐방③ 남해ㆍ하동군, 영호남 통합은 현실 불가능하나          
5. 지역사례탐방④ 통합 창원시의 현재와 미래   
6. 지역사례탐방⑤ 충북 청주시ㆍ청원군, 통합 무산된 원인과 과제     
7. 광양만권 통합, 이렇게 준비하자-통합에 필요한 과제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내년 총선 맞물려 관심에서 멀어져
지차체들 통합 역풍 우려 ‘입조심’

광양만권 통합 기획취재차 여수, 순천, 고흥 등을 방문한 결과 이들 지역은 통합에 대해 열기가 상당히 식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장 통합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닐뿐더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여수는 엑스포 준비에 모든 역량을 모으고 있고 순천 역시 내후년 정원박람회 준비와 총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는 지역 분위기에 따라 통합 논의는 일단 한물 건너간 상태다.

여수시는 엑스포뿐만 아니라 최근 시의회 의원 일부가 비리혐의로 퇴출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당장 해결해야 할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닌데 통합에 힘을 빼돌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엑스포에 ‘올인’ 한 여수시
통합 논의할 여유 없어

여수시는 현재 7개월 후에 치러지는 엑스포에 올인 한 상태다. 이에 여수시 역량을 최대한 그곳에 모으는 상황이었다. 여수시 관계자는 “공무원은 물론이고 시민들 역시 지금으로서는 통합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며 “당장 세계적인 이벤트를 치러야 할 판에 통합은 논외의 대상이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현재 엑스포에 맞춰 청결, 질서, 친절, 봉사 등 4대 시민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도 통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윤철승(여수시 국동) 씨는 “통합 논의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2007년 3개시 통합 토론회에서 여수시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당시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기 이전이었던 까닭에 여수시로서는 3개시 통합을 통해 시세를 확장, 엑스포를 준비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3개시 통합은 논란으로 끝을 맺었고 여수시는 그해 12월 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됐다.

윤철승 씨는 “당시 여수시로서는 엑스포 개최가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개최지가 결정된 후 통합에 대해서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굳이 통합을 서두를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 씨는 “어느 기관, 단체를 둘러봐도 현재 통합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엑스포가 끝나고 난후 논의해도 충분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수시의회는 지난 2009년 정부와 순천시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수시의회는 당시 남해안의 공동 발전과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양만권 통합에 대해서는 타당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순천시 주도로 실시한 통합 추진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하며 3개시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순천시 “통합하면 좋지만…”
여론 역풍 맞을까 부담
  
3개시 통합 논란을 두고 가장 곤혹스러운 지자체가 순천시다. 순천시는 지난 5년간 3개시 통합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07년 여수 MBC에서 주최한 3개시 통합 토론회에서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곳은 순천시였다.

당시 노관규 순천시장은 “역사, 정서, 문화, 생활범위를 보더라도 하동, 남해와 통합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선 3개시를 통합한 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광양에서 통합 반대 여론이 거센데다가 순천대 공대 이전이 순천시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자 광양시민들의 통합 반대는 더욱더 거세게 불었다.

2009년에는 순천시와 순천 경실련이 광양시와 구례를 포함한 광양만권 통합 주민건의서를 제출하면서 또다시 통합 논란이 지역 이슈를 뒤덮기 시작했다. 당시 광양시뿐만 아니라 여수시도 강제 통합에 결사반대하며 순천시와 구성키로 했던 통합실무논의기구의 해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순천시의 주도로 추진된 광양ㆍ여수ㆍ순천ㆍ구례 통합 논의는 행안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조사에서 광양은 통합 반대가 80%를 넘었으며 순천은 70% 이상이 통합에 찬성했다. 순천시는 결국 두 번의 통합 논란을 통해 인근 지자체로부터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셈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3개시 통합은 물론 찬성하고 광양만권 통합도 가능한 것 아니냐”며 “통합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은 있겠지만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특별하게 통합 논의를 추진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통합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지만 인근 지자체의 반발을 우려해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인 허석 순천시민의신문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순천 시민의 70%이상이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통합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일어난 통합 논란에 대해 “종합해보면 인위적인 통합이 한계가 있고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고 있다”면서 “순천시도 이런 논란을 거치면서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허석 대표는 광양만권 통합에 대해 “3개시 통합도 어려운데 영호남을 아우르는 5개 시군 통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우선 3개시 시민들이 서로 교류, 협력해서 정서적인 일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민단체와 언론, 의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서적인 통합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 대표는 “통합 분위기가 일어나면 앞으로는 진주까지 아우르는 남중권 통합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3개시가 먼저 정서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흥군, 통합하면 오히려 소외될까 우려

고흥군은 보성, 화순, 장흥을 포함하는 전남중부권 통합 대신 광양만권 통합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통합에 대해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고흥군 관계자는  “과거 시민단체 등에서 광양만권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을 뿐 통합에 대해 군에서 추진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통합에 대해 “현재는 그런 분위기가 한풀 꺾인 상태”라며 “당장 내년 총선도 있고 군에서도 다른 업무로 인해 당장 실현되지 않을 통합에 힘을 쏟을 여력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오히려 통합을 하면 광양만권에서 더욱더 소외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