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얼굴? 원자력 에너지
야누스의 얼굴? 원자력 에너지
  • 광양뉴스
  • 승인 2011.12.05 10:14
  • 호수 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택근 칼럼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지면서 온 몸이 저절로 ‘따뜻한 기운’을 쫓아가는 것 같다. 나뭇가지나 마른 솔잎(갈비)을 부뚜막에 넣어 온돌을 데웠던 것이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현대의 생활은 에너지 공급방법에 있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가마솥을 이용하던 온수 공급시스템은 보일러를 이용하게 되었고, 화력에 의지하던 온돌 시스템은 보일러의 온수와 전기를 이용한 전열 시스템으로 변화한 것이다. 온수와 난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요한 일상 생활여건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현대의 온수와 난방을 위해서는 에너지공급원을 간과할 수가 없다.


현재 인류의 주요한 에너지원으로는 화력, 수력, 원자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화석에너지를 이용한 화력발전, 물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수력발전, 핵연료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살펴보고 싶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을 통해 국민생활 향상과 복지증진을 위해 1958년 원자력법을 공표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도입했다.


1978년 고리원자력발전소를 필두로 현재는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발전용량 규모로는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이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를 연소할 때의 1/80~1/100 밖에 되지 않아 대표적인 청정에너지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치는 최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풍력발전과 대등한 값이다.


아울러 원자력 발전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지속적인 기술 자립 노력을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킨 한국 표준형 원자력 발전 시스템(이하 ‘원전’이라 함)을 구축한 것은 대한민국의 끈기와 기술력을 세계에 알린 쾌거라고도 할 것이다.  


올해 들어 한국형 원전의 수출이 저울질 되었고 미국, 영국, 핀란드 등의 선진국들도  원전의 증설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원전의 증설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던 사건이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발생하였다. 깨끗하면서도 지속적인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모았던 원전이 하루아침에 찬·반의 격한 토론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전 세계의 원전 축소 움직임에 제일 먼저 앞장선 것은 독일이다. 독일은 알려진 대로 윤리위원회를 통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탈핵 선언을 하였다.


하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이러한 결정을 내렸던 17명의 위원 중 8명은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 독일의 원자력기술위원회에서는 독일 내의 원전에 대해 지진, 범람, 테러공격 등을 가정한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작성하였고 보고서의 결론은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도 최종적으로 원전의 폐쇄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적으로는 보장된 원전의 안전성이 현실의 사고에서는 그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계 및 인간의 삶에 더 많은 판단의 무게를 실었던 것 같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전의 안전성을 세계 각 국의 논쟁의 도마 위에 오르게 했던 일본의 원전에 대한 움직임은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전력부족으로 우려되는 산업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의 재가동을 제안한 재계단체 경단련(경제단체연합회)이나 일본국내에선 원전의 신규 설치에 부정적이나 일본의 원전기술을 해외에는 수출할 수 있다는 일본 경제산업장관의 발언은 윤리적인 논리에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공적인 측면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대비되는 '님비(NIMBY)‘가 떠오는 것은 왜일까?


한편 최근 국내에서는 원자력을 기술이 아닌 윤리적인 문제로 제기하면서 탈핵·반핵을 지지하는 모임이 출범했다. 이 모임에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부가 원전확대계획을 중단하고 에너지절약 운동과 재생에너지 사업의 확대에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뒤를 이어 국내의 지식인 100명이 ‘탈핵사회’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향후 이러한 모임의 목소리가 우리사회에 어떠한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해진다.       


고대 로마신화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지는 문의 신으로 야누스가 등장한다.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신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원전을 보고 있노라면 청정에너지원으로서의 천사의 얼굴과 재앙을 가져오는 악마의 얼굴이 겹쳐진다. 항상 천사의 얼굴만을 보고 싶은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