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를 다녀와서
청산도를 다녀와서
  • 광양뉴스
  • 승인 2011.12.21 09:41
  • 호수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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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마보건지소사무장 안영신

일요일(12.4)새벽녘 하늘은 캄캄한 먹구름이었다. 그러나 먼동이 트이고 아침이 되자 기다리던 햇살은 우리 곁을 찾아 주었다. 어제 내리던 비가 오늘까지 남부지방에 내린다기에 염려를 많이 했는데 참 다행이었다. 먹거리를 총무에게 맡겨놓고 전화통화만 했지 확인을 못해봐 총무에게 미안함과 함께 날씨라도 궂으면 어쩌나 하고 여간 걱정이 아니었는데 햇빛이 나자 한시름 놓았다.

옥곡면사무소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여 광양읍에 거주하는 동료들과 함께 순천을 빠져나와 보성, 강진을 가는 동안 차창너머를 보니 비온 뒷날이라 추울 것으로 예상했던 게 아주 포근햇으며 겨울날씨라고는 하나 무척 깨끗한 시골마을 풍경들이었다.

지난 그 찌는 듯한 무덥던 더위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여름을 지나 청아한 하늘아래 알알이 맺힌 결실의 가을을 넘어 깊은 겨울이 쉬는 아니 내년(壬辰)위해 재충전하는 농촌 들녘은 우리들이 자주 쓰는 말 그대로 어머니의 품안과 같은 느낌이었다.

차창을 보고 가는 동안 나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내가 이 모임을 하고 있는 구슬회에서의 야유회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조금은 찹찹한 느낌이었다. 인생부득 항소년(人生不得  恒少年)이라했던가!


옛사람 살아있는 사람 없듯이 흐르는 저세월 속에 지난 사십대 초반 정00부군수님, 이00과장님, 나이 드신 몇몇 계장님들과 구슬회란 모임을 통하여 가끔 자리를 하곤 했었는데, 그 선배님들을 비롯 그 이하 선배님들까지 일월이 오고감에 멈출줄 모르고 흐르는 저-강물위에 떠가는 부평초처럼 다들 떠나갔듯이 나 역시 이어 얼마 안 있어서 구슬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야할 시점이 눈앞에 다가왔음이 왠지 세월의 무상함과 측은한생각이 들며  한편으로는 또한 후배들과의 사이도 이젠 차츰차츰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때 저 먼 옛날 도연명선생의 “세월은 쉬지 않고” 란 詩의 한 구절 我如當去客(나도 언젠가는 떠나야할 나그네)이 떠올랐다.

月不肯遲(일월불긍지)   밤과 낮은 머물렀다 갈 줄을 모르고
四時相催迫(사시상최박)   춘하추동은 서로를 재촉하여 쫓아가네
寒風拂枯條(한풍불고조)   찬 바람 마른 가지 흔들고 지나가니
落葉掩長陌(낙엽엄장맥)   낙엽은 떨어져서 길게 난 길을 덮네
弱質與運頹(약질여운퇴)   타고난 약한 몸에 운세 또한 기울어
玄鬢早已白(현빈조이백)   검은 머리 일찌감치 흰머리가 되었네

素標揷人頭(소표삽인두)   사람의 머리에 흰 머리카락 나는 것은
前途漸就窄(전도점취착)   살 날이 점점 더 짧아 진다는 것이네
家爲逆舍旅(가위역사여)   집이란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 같아
我如當去客(아여당거객)    나 또한 언젠가 떠나야 할 나그네
去去欲何之(거거욕하지)   가고 또 가면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南山有舊宅(남산유구택)   옛 부터 있던 집 남산 기슭의 무덤.

한편으로 세상사 생각해보면 “나그네 人生길 멀면 어떻고 짧으면 어떠랴. 생전부귀요 사후문장이라. 돌아본들 소용없고 죽은 뒤를 생각한들 무엇하리. 홍안청춘 뒤로 하고 백발서움 맞이하니 슬프다 덧없이가는 세월 난들아니 늙을 소며 넌들 아니 늙소냐 !! ”

이 풍진 같은 세상 살아가자면, 누구든 간에 돌이켜보면 외롭고 힘든 고단한 지난날들이 한갓진 옛이야기가 될 것이다. 도연명의 시에 도취하다보니 완도항에 도착하였다.


완도에서 객선을 타고 청산도로 가는 도중 객선2층 2등실 한칸을 전세낸것 마냥 우리는 30여명이 둘러앉아 너나 할것 없이 한잔씩 나누어 즐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의원님은 “아메리칸 대륙은 콜롬부스 혼자 발견한게아니다” 라하면서 “우리도 모두가 힘을 합쳐 우리지역의 발전을 위해 나가야 할 것이라 했다”.

이러한 시간속에 우리가 탄 배는 다왔다는 신호로 뱃고동이 울려 잠시후 청산도에 도착하였다. 준비해갔던 점심을 먹고 여기저기 명소를 들려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중 폐교가 되었다는 어느 중학교앞 포구에 우리의 버스가 이르렀다.

버스안에서 볼때와는 다르게 내려서보니 그야말로 장관겨울바다였다. 살포시 지는듯한 석양의 바닷가, 우리들은 바다가의 조약돌과 모래밭을 밟으며 맑고 푸른 망망대해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기념촬영도 했다. 늘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가끔 한 번씩 보는 바닷가의 저-수평선은 볼 때마다 감회가 다르다.

잔잔한 바람이 일어 흩어질때면 하얀 연무가넓은 바다를 뒤덮으며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은빛 물결을 보면서 조금은 더 머물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였으나 예정된 시간이라 완도를 향하여 달렸다.

청산도를 출발하여 다시 완도항에 다다르자 여기(邑內)에서 우리00초등학교40회동문이 횟집을 하는 사람이 있다하여 그 횟집으로 가서 큰방을 하나 달래서 자리를 같이했다. 사회는 이정희 동료 진행으로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먹음직한 주안상을 앞에 두고 우리는 마음껏 즐기며 노소를 떠나 위로는 회장으로부터 아래로는 나이어린동료 사모님에 이르기까지 건배제안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고향사람들이라고 정성들여 해주시는 매운탕에 저녁을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와서 선창가의 가로등 불빛을 받으면서 커피한잔씩을 마시며 무언의 훗날 나들이를 기약하면서 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辛卯年  臘月(납월)  上弦(상현) 중마보건지소사무장  안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