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이성훈
  • 승인 2012.03.05 09:49
  • 호수 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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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가면 - 존 그리샴 ‘고백’(신윤경 옮김/문학동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가 발표한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사형수는 6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사형이 집행된 것은 0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형 집행이 중단 된지는 올해로 14년째 이며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는 인종차별적 사형집행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치열한 법정 스릴러인 존 그리샴의 ‘고백’을 소개한다. 이 소설은 강요된 허위자백과 진상을 밝힐 수 있는 때늦은 고해와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고 만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 전후 과정을 조명함으로써 사형제를 포함한 미국(텍사스 주) 사법제도 전반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고백하고 있다.

특히 법적 공방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저자는 인종 차별적 살인죄 조작의 전 과정과 그 결과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존 그리샴은 법정스릴러 분야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변호사 출신인 작가는 의뢰인, 어필, 어소시에이트 등 작품 대부분이 법과 관련된 책이다. 그의 작품은 항상 법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존 그리샴의 24번째 작품 ‘고백’은 실화인 OJ 심슨을 연상시키는 인종차별적 살인죄 조작을 소재로 삼았다.

‘고백’은 인종 차별적 살인죄 조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꼬이고 꼬인 살인죄의 조작으로 인해 무고한 한 생명이 희생되는 사건은 빠른 전개와 강한 흡인력으로 무장되어 있다. 텍사스주의 작은 마을 슬론에서 17살 치어리더인 니콜이 실종된다. 하지만 증거도, 시체도, 증인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상황.

시민들의 불안과 성토를 잠재우기 위해 경찰과 검찰은 전직 미식축구 선수였던 돈테드럼이라는 흑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사형선고를 내린다. 그가 사형을 선고 받기까지 진행된 소송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음모와 돈테의 거짓자백을 받기위한 부패한 경찰과 검찰의 유도심문, 백인들로만 이루어진 배심원단, 거기에 시장과 주지사까지 개입되어 있다.  

그로부터 9년 후, 돈테의 사형집행 4일전. 텍사스주에서 45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캔자스주 어느 교회에서는 니콜을 죽인 범인은 자신이라며 나타난 트래비스 보이엇이라는 사람은 키이스 목사에게 고해를 한다.  

가석방 상태인 보이엇은 수차례 강간범으로 형을 살아온 무시무시한 범죄자다. 누명을 쓰고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돈테드럼, 니콜을 수차례 강간한 후 살해하고 깊은 산속에 시체를 묻어버린 트래비스 보이엇,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얽혀버린 키이스 목사, 돈테의 무죄석방을 위해 9년간 싸우고 있는 로비 변호사,  그리고 정당하지 않은 판결에 반감을 품은 흑인들의 폭동까지.

책 분량은 약 600페이지 정도 된다. 한숨에 다 읽기는 조금 부담스러운 분량이지만 키이스 목사가 보이엇과 함께 시신을 찾아내는 과정, 흑인 용의자 돈테드럼이 증거도 없이 살인범으로 내몰리는 모습 등을 추적하다보면 단 한 장도 긴장되지 않은 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