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 쓰듯 하지 말자
물을 물 쓰듯 하지 말자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9 10:22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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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채 환경운동본부 사무국장
'물'로 인한 미래의 재앙을 경고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유엔이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한 날이 올해로 13회째이다.

하지만 가뭄이나 홍수로 인한 재난, 깨끗하지 못한 물로 인한 질병 등의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서는 물의 중요성과 물 부족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 소비량을 따져보더라도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가 1인당 하루 소비하는 물량이 물 풍요국가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의 양보다 훨씬 많다니 아연 실색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인구의 약 20% 정도는 자체 식수원을 찾지 못해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수자원 부족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수백만 명이 제대로 된 안전 식수를 공급받지 못해 수인성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물 부족 사태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우리의 물 소비 행태를 과감히 바꿔나가야 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물까지 수입해 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UN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오래전부터 물 부족을 경고해 왔다. 심각성이 얼마나 크면 UN까지 나서 1992년 11월 제47차 UN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선포하고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를 환기하고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을까.

우리나라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산업화, 도시화가 오르기 시작한 1960년대 물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물이 자원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됐고 수자원 개발사업은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하나가 되었지만 반대급부로 얻은 수질오염의 악화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의 양을 줄어들게 했다.

물부족 해결은 물질주의적 가치관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수자원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 경제적 욕심에서 벗어나 수자원의 효율적·환경친화적인 개발과 이용,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우리나라 수자원의 기본인 하천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하천 관리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대로 된 하천 실태 조사와 물 관리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서는 동일수계 내의 기존 댐이나 광역상수도 등 수자원 시설물간의 최적운영을 통한 공급능력을 극대화하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물 관리를 위해서는 모든 관련 주체가 동일한 유역개념에서 관리지침을 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부터라도 국민각자의 물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더 이상 '물 쓰듯' 물을 쓰지 말자.
 
입력 : 2005년 0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