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충 재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양시지부장 스크린쿼터 축소와 쌀 개방 등의 사회적 현안이 부각되면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현 정권에 몸담았던 청와대 전 비서관이 “한미FTA는 제2의 을사늑약(한일합방)”이라는 주장이 한미FTA의 실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한미FTA를 추진하는 정부에서는 ‘한국경제는 수출의존도가 70%가 넘기 때문에 자유무역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무역촉진법안(TPA)이 만료되는 2007년 6월 이전에 협정을 체결하려고 급박하게 서두르고 있다.그러면서 스크린쿼터 축소와 쇠고기수입 재개, 자동차 배출기준 강화방침 취소 및 수입차 2년 유예, 약값 재평가제도 개정안 취소 등 미국의 4대 요구를 협상의제에 올리지도 않은 채 알아서 양보하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FTA를 전통적인 상품무역으로만 생각해서는 큰 오산이다. FTA는 상품은 물론 농산물, 제약, 서비스, 금융, 전자상거래, 투자, 정부조달, 노동, 환경 등 국민경제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기에 사안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미국이 아시아의 실질적 패권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을 군사안보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견제하기 위해 한미FTA를 활용할 것이라는 국제정세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국제무역위(USITC)의 “GDP(국내총생산)나 고용 등에 영향은 없지만 한미FTA 체결 4년 후면 미국이 대한 무역흑자국으로 된다”는 2001년 보고서처럼 상품무역 측면에서도 한미FTA는 한국이 손해를 보는 협정이다.또한 한미FTA의 편익이 한국은 자동차, 전자, 의류 등 3대 업종에 집중되는 반면, 미국은 수출이 200% 증가하는 쌀 등 농산물에 집중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무역적자를 보면서 농업을 붕괴시키는 협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정부를 국민들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미FTA의 가장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인 투자의 완전자유화도 살펴보아야 한다. 2004년 시가총액기준 외국인 주식보유는 40.1%로 세계최고수준인데, 구성을 보더라도 직접투자는 21%에 불과하지만 투기성 증권투자는 51%에 달하는 구조적 기형성도 큰 문제다.수조원의 흑자를 내고 ‘먹튀’하는 론스타의 사례를 보듯 IMF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증권시장에서 벌어들인 평가차익이 2002년까지 1천억달러(95조)에 이르는 ‘국부유출’의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하는 현실에서 한미FTA는 투기자본에 날개를 달아주는 형국이다.거듭 말하지만, 한미FTA는 대미무역적자, 금융투기화 심화,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질적 저하, 농업공황, 문화산업위기, 대미군사종속화 등 국민경제의 전부문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 이는 미무역대표부(USTR)의 15개 부문에 걸친 전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이며 높은 수준의’ FTA 협상초안(2006년 2월)에도 잘 나타난다. 정부는 한미FTA가 제2의 을사늑약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보여주듯 역사상 최대규모의 불평등한 경제협정(경제통합)을 1년만에 졸속으로 체결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우려와 국익,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평화를 심도 있게 고려하여 추진해야 마땅하다. 입력 : 2006년 04월 27일 저작권자 © 광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양신문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