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FTA 지옥의 서막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FTA 지옥의 서막
  • 백건
  • 승인 2006.11.08 23:33
  • 호수 1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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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발생으로 2003년 12월 수입금지 조치되었던 미국산 쇠고기가 지난 10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수입이 재개되었다. 수입업체중 ‘크릭스톤 팜스’사는 광우병 관련 위반으로 2004~2005년에만 3건이나 적발된 업체이다.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뼈를 발라낸 살코기는 안전하다며 수입재개를 강행했다.

영국, 일본 등 외국에서 30개월 미만의 어린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된 사례가 있고, 살코기에도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음에도 유독 한국정부만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수입을 재개한 것이다.
 
전체 도축소의 0.1%만 검사예정인 미국의 위험천만한 검역체계와 원산지 표시가 허술한 국내 실정에서 우리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실험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는 꼴이다.

특히 학교급식 등 아이들의 먹거리가 무방비로 노출돼 국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29일 KBS 스페셜에서 방영된 미국산 소의 사육과 도축 환경은 광우병 공포 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수입은 국민들의 식품안전과 무관하게 이미 결정되어졌다.
 
정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재평가제도 개정안 취소 등 4대 선결조건을 협상의제에 올리지도 않고 수용한 바 있다.

4차까지 진행된 한미 FTA 협상을 보면서, 협상에 임하는 양국의 목표와 태도, 협정의 실익을 판가름해 볼 수 있다.
 
미국은 단 한분야도 양보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과 입장만을 철저하게 강요하고 있고, 한국정부는 이렇다할 성과나 협상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4대선결 조건을 미국은 미리 실리로 챙긴 것이다.

상품무역의 적자확대나 각 부문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정부도 협상과정에서 인정하는 추세다. 미국이 구체적 실익을 추구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식의 막연한 이상을 협정에 담고자 하는 것이다.

농산물 개방도 문제이지만, 상품과 금융, 지적재산권, 관세, 영화산업, 방송과 통신, 교육, 보건의료, 전기와 가스 등의 공공서비스, 투자자 정부제소조항, 노동과 환경 등 모든 분야가 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최근 수조원의 흑자를 낸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인수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외국 투기자본의 실체를 여실히 볼 수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금융과 산업자본, 공공부문의 미국지배는 더욱 확대될 것임이 명확하다.

농업과 농촌의 붕괴는 예견된 사실이고, 다국적기업의 공기업 매입으로 인해 각종 공공요금이 폭등한 해외각국의 사례를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의료와 교육비의 급증, 노동의 유연화로 인한 대량실업 사태, 다국적기업의 환경파괴와 한국정부의 오염치유 반복, 빈부격차로 인한 극심한 상실감 등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한미 FTA를 ‘제2의 한일합병’이라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이 세계적 흐름이지만, 미국식 일방주의적 협정이 아닌 상호주의에 입각한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미국식 스탠다드는 사회양극화의 확대일 뿐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멕시코 등의 사례를 우리나라가 따라갈 필요는 없다.
 
광우병 공포는 한미 FTA 지옥의 서막일 뿐이다. 시작부터 잘못되고, 끝이 불행하게 될 한미 FTA 협상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